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에는 ‘모든 것이 우버화되고 있다(There’s an Uber for Everything Now)’는 기사가 실렸다.
2009년 설립돼 약 45조 원 규모의 기업가치로 급성장하는 등 스마트폰 앱 하나로 일궈낸 우버의 엄청난 가치는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우버를 표방하는 기업들을 속속 탄생시키고 있다.

공유에서 온디맨드로 중심축 이동
이처럼 손 안의 ‘헬프 디바이스’인 스마트폰 등의 앱을 활용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현대인의 삶과 역할을 대신해 주는 시대에 진입했고, 주문형 앱을 활용한 온디맨드 플랫폼은 최근 스타트업의 가장 관심 높은 비즈니스 모델로 떠올랐다. 우버 등의 시장 진입 초기에는 ‘공유’가 비즈니스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수요가 있는 모든 것을 빠르게 대응한다는 ‘온디맨드’로 중심축이 이동한 것이다.
물론 온디맨드 시스템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앱 기반의 온디맨드 경제는 ‘재화나 서비스의 즉시 공급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앱 등을 활용한 기술기업들에 의해 발생하는 경제적 활동’으로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영상통화로 경미한 질병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닥터온디맨드’
최근 높아지는 관심과 함께 고객의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컨시어지 경제(concierge economy), 즉각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의 라스트 세컨드 경제(last-second economy), 소프트웨어가 공급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경험을 제공하는 의미에서 엔드투엔드 경험(end-to-end experience), 스마트폰에서 소비자의 니즈가 오프라인 서비스로 연결된다는 의미의 모바일 주문형 서비스(mobile on-demand service)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온디맨드 경제의 확대는 2000년대 말 세계 경제위기를 겪으며 위축된 소비와 줄어든 일자리, 스마트폰과 앱의 확산으로 가능해진 광범위한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의 연결, 수요자 입장에서는 손쉬운 서비스 접근성, 그리고 무엇보다 인터넷을 통한 신뢰문화 확산을 통해 주류 경제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1990년대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거나 복잡한 서비스 절차를 거쳐야 했던 데서 벗어나 홈페이지를 활용해 간단하고 효율적인 사용자 경험을 실현한데 이어 이제는 앱을 통해 더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앱을 활용한 보다 간편하고 빨라진 구매, 선택 과정과 결제 인터페이스, 그리고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디서나 가능한 실시간 인터넷 접근성은 보다 빠르고 효율적이며 만족스런 경험을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온디맨드 경제의 커다란 장점은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플랫폼만 제공할 뿐 직접 고용으로 발생되는 관리비용, 의료 및 복지비용 등이 필요 없고 비교적 법적 장벽도 높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2009년 미국 VC들의 온디맨드 기업 대상 투자는 불과 2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4년 후인 2013년에는 16억 달러 규모로 8배나 증가했다. 특히 미국 기업 대상 투자규모는 2013년 13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배나 증가한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들이 단순노동직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직업 안정성과 노동자 보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들은 원하는 시간을 활용해 탄력적 경제활동이 가능한 자유로운 고용을 강조하며 ‘1인 기업’, ‘마이크로 사업가(Micro-Entrepreneurs)’ 라고 부르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온디맨드 기업이 플랫폼 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모든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수수료 인상 등 비즈니스 정책 변경에 대응할 수 있는 채널이 부재해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고용형태의 확대가 새로운 노동표준으로 정착돼 미래 고용형태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얘기한다. 하지만 또 다른 학자들은 경제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공정한 수익 배분’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비판한다. 고용안정성이 낮은 새로운 일용직 양산일 뿐이라며 불안정한 비정규직인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고 부르기도 한다.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역임했으며 평생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공유경제를 목돈(Big Money)은 플랫폼 기업에 들어가고 남은 푼돈(Scraps)만 노동자에게 돌아간다는 의미로 ‘부스러기 경제(Scraps Economy)’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자료: 크런치베이스]](https://i0.wp.com/thumb.mt.co.kr/06/2015/05/2015052910285219419_4.jpg)
(자료) 크런치 베이스
전문직 서비스로 대상 확대
그런데 최근 새로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은 지켜봐야겠지만 단순노동뿐만 아니라 전문직 서비스 분야로 온디맨드 경제 대상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영상통화를 이용해 경미한 질병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앱인 ‘닥터온디맨드(Doctor on Demand)’와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사람과 변호사를 연결해 주는 ‘퀵리걸(Quicklegal)’이 출시됐다. ‘메디캐스트(Medicast)’도 고객이 의사를 호출하면 기본비용 200달러의 저렴한 비용으로 두 시간 내에 증상에 적합한 전문의를 방문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닥터온디맨드는 한 번 통화에 40달러를 지불하고 의사가 30달러, 플랫폼 기업이 10달러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형태이며, 퀵리걸은 49달러로 15분간 변호사의 조언을 구하거나 29달러를 지불하고 이메일로 수요자 상황에 대한 상세한 법률적 조언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온디맨드 경제 플랫폼이 더 이상 스타트업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아마존은 지난 3월 청소, 빨래, 가사, 과외, 피아노 조율, 오디오 설치, TV 설치, 배관작업, 가구조립 등 단순노동과 일부 전문직 서비스를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 홈서비스(Amazon Home Service)’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공급자와 사용자가 직접 연결됐지만, 아마존 홈서비스는 아마존이 공급자들의 경력이나 보험 등의 내용을 검증해야 활동이 가능하며, 아마존은 10~20%의 수수료를 얻는 구조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도 자사 고객들이 앱을 이용해 원하는 차를 교환해서 타는 ‘카스왑(Car Swap)’ 서비스와 앱을 통해 버스를 예약한 후 다음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를 탑승하는 온디맨드 자동차 서비스 ‘시티드라이빙 온디맨드(City Driving on Demand)’를 운영하고 있다.
고용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다. 우버는 무서운 기업가치의 성장뿐만 아니라 매월 전 세계에 2만 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고 밝혔고, 미국의 시간제 일자리 리쿠르팅 업체인 스낵어잡(Snagajob.com)의 최고경영자(CEO)인 피터 해리슨은 미국의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 Act)가 의료보험 때문에 정규직에 집착했던 많은 사람들을 해방시켰다고 언급하면서 현재 사이트의 일자리가 50여 만 개에 달하며 매일 1만 5000여 개씩 늘어나는 등 연간 30%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력근무와 시간활용이 가능한 시간제 고용이 빠른 속도로 주류 고용시장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일자리 형태와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온디맨드 비즈니스 모델의 특징은 무엇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서비스 지역의 인구밀도와 서비스 활용 빈도 등에 따라 운영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출시된 우리나라의 일당백, 바로고 등은 미국의 태스크래빗을, 백기사, 리모, 카카오택시는 우버를, 무버는 로디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디맨드 플랫폼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국에서 출시되는 새로운 서비스는 우리나라에 2~6개월 사이에 시작된다고 말할 정도다. 당연히 시장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법률 조언이 필요한 사람과 변호사를 연결해 주는 ‘퀵리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온디맨드 경제 시스템인 대리운전을 살펴보자. 전국 평균 20% 수준의 수수료와 핸드폰 사용료, 보험료, 콜 프로그램 사용료 등을 모두 대리기사가 부담하고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없는 일종의 특수고용 노동자 형태다.

2시간 내에 증상에 적합한 전문의를 방문시키는 ‘메디캐스트’
업체들은 모두 단체보험 가입 원칙을 고수해 기사들은 활용하는 업체에 각각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고, 경쟁업체 견제를 위한 각종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과다한 수수료 인상에도 대응이 불가능하다.
결국 온디맨드 경제의 성공요인은 낮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업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우버 퇴출 이후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과 특정한 규제나 기존 제도권과의 충돌은 발생하고 있지 않다. 아직까지 양성의 대상인지 규제의 대상인지에 대한 논의도 없는 것을 보면, 경제 시스템의 주체인 사용자의 의견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고 우버가 퇴출되면서 온디맨드 플랫폼을 준비하던 창업자나 기업들이 타격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청소, 빨래, 배관작업, 가구조립 등의 서비스를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 홈서비스’
활성화 방안·사회안전망 논의 절실
미국과 달리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온디맨드 기업들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온디맨드 경제의 장점과 미래의 확장 가능성을 고민한다면 우버와 같이 무조건적인 퇴출이 아닌 관련 이해 당사자들 간의 공개적 활성화 방안과 직업구조 및 노동자의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함께 필요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의 일자리 파괴 현상이 커다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출시한 대시버튼(Dash Button), 올해 가을 시작을 목표로 워풀(Whirlpool), 브리타(BRITA), 브라더(Brother) 등이 준비 중인 DRS(Dash Replenishment Service.원두, 세제 등 소모품이 일정량 이하로 줄어들면 센서로 파악해 알아서 주문해 주는 서비스)도 온디맨드 경제가 발전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을 고민하기 전에 온디맨드 경제가 가져올 고용시장의 형태 변화를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나 C세대(Generation C)와 같은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두 세대의 나이대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을 접한 세대를 의미한다. 이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연결’을 지향하고 콘텐츠, 쇼핑 등 스마트폰 활용이 일상화돼 있는 등 생활의 모든 주변을 연결 대상으로 바라보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생활방식은 정보는 물론 의료, 유통, 여행 등 타 산업과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치며 ‘연결된 생활(Connected Life)’을 지향한다. 이들의 구매력이 커지고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는다면 온디맨드 경제 시장은 그 어느 때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