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엠 4월호) [자율주행차 기획] 자율주행차 일반화 된 2040년 어느날 (2017. 4)

자동차로 일본 일주 여행을 떠나다

부산에서 페리로 일본 후쿠오카를 향해 가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일본 전국일주를 하기로 한 것. 그 동안 가보지 못했던 일본 구석구석을 자동차로 살펴볼 예정이다.

카셰어링 업체에서 완전자율주행차를 빌려 부산에 왔고, 배에 차를 싣고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이동하고 있다. 물론 동력원은 전기다. 이제 세계 어디에서든 개인이나 기업 혹은 카셰어링 업체의 자율주행차를 사용할 수 있다.

2022년 완성차는 물론 부품, 소프트웨어, 보험, 통신 업체 등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들이 함께 결성한 세계자율주행차연맹(World Autonomous Vehicle Association)에서 전 세계 어느나라나 통용되기 위한 기술표준과 보험 약관 등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자율주행차의 활용성과 호환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 친구는 이미 지난해 가족 모두가 1년 예정으로 자율주행차 세계일주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준비는 인공지능 비서가 담당했다. 여행 일정, 출발지와 목적지, 교통수단, 동행자 수, 예산 계획, 꼭 방문하고 싶거나 먹고 싶은 음식들을 간단히 인터뷰하듯 입력했다.

몇 가지 옵션을 변경하긴 했지만, 가족들이 그 동안 주문했던 음식, 쇼핑 리스트, 즐겨 보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우리가 선택한 여행코스를 다녀간 많은 사람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경로, 호텔과 음식점 예약, 관광지 선정과 상세한 일정을 정해 알려준다.

일본의 지도를 비롯해 운행경로와 맛집 등 여행 관련 모든 데이터가 최신으로 입력된 자율주행자동차가 출발 30분전 집 앞에 도착했다. 이동하면서 필요한 정보나 궁금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집안의 인공비서와 연결된 자율주행차 챗봇이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자율주행차를 구입하다

이번 여행에 7년 전 산 세단형 자율주행차를 가지고 올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온 가족이 짐을 싣고 여행 다니기에는 비좁을 것 같아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했다. 차를 구매한 것은 셰어링 차에 가끔씩 이전 사용자 흔적이 남아있거나, 구석에서 쓰레기가 발견되는 게 거슬렸기 때문. 잦은 지방 출장 때문에 관련 자료 등을 싣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차 구입을 선택했다.

사용과 관리 면에서 보면 구매한 차나 카셰어링 업체가 제공하는 차들이나 큰 차이가 없다.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 비서로 원하는 시간에 호출하면, 현관 앞에 도착해서 알려주고, 사용하고 나면 알아서 정해진 주차 공간으로 이동한다.

정기 점검, 소모품과 부품 교체, 세차, 충전이 필요할 경우 승인만 하면 알아서 서비스센터나 충전 스테이션을 다녀오니 관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모두 알아서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어 차량 수명도 예전보다 많이 늘어났다.

BMW ‘드라이브 나우’

BMW ‘드라이브 나우’

예상보다 낮은 가격도 구매를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구글 웨이모는 2017년 자율주행 핵심부품인 라이더와 카메라 등 하드웨어의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고가 핵심부품으로 자율주행차 대량생산의 걸림돌이었던 라이더 가격을 기존 시스템의 10분의 1 수준인 7,500달러로 낮췄다.

구글 등 자율주행 핵심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은 이른바 오픈 메리지(Open Marriage) 형태로 자신들의 기술과 부품을 활용하고자 하는 거의 모든 완성차 업체들과 함께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패러데이퓨처, 테슬라 등 전기차에서 출발한 완성차 업체, 카셰어링으로 시작한 우버 등이 자체 시스템을 탑재해 자율주행차를 팔거나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셰어링, 차 생산업체, 부품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거의 같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 이제는 자율주행차 산업이 하나의 큰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아쉽게도 몇몇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2020년 이후 자율주행차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부품업체에 기본 모듈를 공급하는 업체로 전락했다.


카셰어링 서비스가 가져온 변화

한 때는 아내와 각각 별도로 차를 갖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차를 갖고 나가도 가족들은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몇 대씩 차를 갖고 있는 집은 거의 없다.

2017년 싱가포르에서 누토노미(nuTonomy)가 처음으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대부분의 대중교통 수단이 자율주행차로 바뀐 지 오래다.

다임러그룹의 카투고(Car2Go), 폭스바겐그룹의 퀵카(Quick Car), 포드의 피어 투 피어 카셰어링(Peer-to-Peer Car-Sharing), BMW 드라이브 나우(DriveNow)는 물론 국내의 현대차와 네이버, 카카오 등이 운영하던 카셰어링 서비스의 자동차까지 자율주행차로 바뀌어 이제 택시는 모두 자율주행차다.

복잡하던 지하철과 버스의 활용도가 낮아져 자연스럽게 대중교통 이용이 더 쉬워졌다. 지금은 도시교통 정책을 수립할 때 자율주행차의 수요와 공급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자율주행 택시 ‘누토노미’

자율주행 택시 ‘누토노미’

카셰어링 서비스가 편리한 것은 사용 목적에 맞게 차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셰어링 업체 자동차를 활용할 때 차량의 메이커는 중요한 고려대상이 아니다.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출시된 지 20여년이 되면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수준이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로 운전에서 손과 발이 해방되고 주변상황 감지와 차량 대응 판단이 필요 없는 ‘마인드 프리 자동차(Mind-Free Vehicle)’가 된지 오래다.

대신 내가 원하는 용도에 적합한지 하는 기능성과 인테리어, 기본 서비스와 약정사항 등이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여러 명이 업무를 위해 사용할 때는 오피스 형태, 여행할 때는 침대가 설치된 캐러번처럼 내부 디자인이 된 차를 이용한다. 가족이나 연인이 이용할 때는 영화, 가상현실 디바이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도로에는 아직도 자율주행 전용차, 부분자율 주행차,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기존의 차량들이 섞여서 운행되고 있다. 자동차들은 완전 자율차에 없는 스티어링 휠, 가속 및 정지페달이 장착되어 있고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운전면허 시험장이 점점 줄어들어 면허시험 보러 가기도 번거롭고, 어릴 때부터 자율주행 차량에 익숙해진 20대들은 운전면허의 존재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2030년 정도까지 성장하던 자율주행 툴킷 시장은 정체되어 있다. 툴킷을 기존 차량에 장착하면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자율주행차 가격이 낮아지고,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변화가 생긴 것이다. 택시, 렌터카 등의 개념과 용어는 거의 사라졌고, 대부분 카셰어링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이들 차는 대부분 전기차여서 배기량 표시가 없는 대신 차량 뒷면의 브랜드는 통신업체, 카셰어링 업체, 완성차 업체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다.

아직도 자율주행차에 대한 거부감이 있거나, 운전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은 자율기능이 전혀 없는 자동차를 이용한다. 그들이 소유한 자동차는 대부분 올드카나 고가의 수제 자동차다. 최근에는 오히려 이런 차량 시장이 확장되는 경향도 보이는 데, 예나 지금이나 자동차가 부의 상징인 것엔 변화가 없다.


삶이 바뀌었다

교통약자란 단어가 사라졌다. 보호자 없이 자유로운 아이들의 이동이 가능해졌고, 노인과 장애인들의 이동과 여행, 그리고 통원치료가 용이해졌다.

물론 아이나 어른이나 스마트 폰과 디바이스, 가정이나 회사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 등을 통해서 명령하고 대화하는 natural interface로 상호작용도 편해졌다. 물론 이동할 때 출발시간에 대한 고민도 사라졌다. 누적된 빅데이터와 실시간 교통데이터를 측정, 예측해 목적지까지 원하는 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알아서 미리 notice를 해주고 차량이 대기한다.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통학버스나 부모 없이 사용할 때는 만약의 사고 등에 대비해 반드시 한 명 이상의 보호자가 탑승하도록 의무화됐다.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일부 카셰어링 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일부 차량을 개조해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들도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상버튼을 설치해 위급 시에는 차량이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직행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고, 탑승자와 보호자가 동의할 경우 CCTV나 블랙박스를 통해 가족들과 관련 기관에서 모니터링 할 수도 있다. 탑승자 유형에 따른 케어와 급작스런 건강 악화 등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가족 혹은 일정 자격을 갖춘 검증된 보조 인력의 탑승을 의무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택배도 자율주행차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구매하는 제품은 사전에 제품의 위험성, 위해성 등에 대한 검사 프로세스를 거쳐 배송되지만, 개인이 발송하는 택배는 범죄, 테러 등에 대비해 편의점이나 물류서비스 업체에서 물품의 확인을 거쳐 배송할 수 있다.

물론 자율주행차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운전기사나 택배기사가 사라지는 등 자동차 산업 재편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소비자 측면에서는 아이들 통학이나 부모님을 돌봐드리는 부담을 덜게 된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운전 중 업무 전화가 오면 “운전 중입니다”라고 이야기 하고 운전에 집중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운전 중에도 업무를 할 수 있어 노동의 형태도 변하는 등 예전과 많은 변화가 있다.

이제 무사히 일본 전국을 자율주행차로 여행을 다녀왔고, 가족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아마 10년 후 쯤이면 플라잉카를 타고 여행을 다닐 것 같다. 이미 주변에 개인 소유나 공유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등장했고 점점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 때는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항공 산업도 재편되고 우리가 생활하는 모습은 또 다시 변화하지 않을까?

<본 기사는 테크M 제48호(2017년 4월) 기사입니다>

(링크) http://techm.kr/bbs/board.php?bo_table=article&wr_id=3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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