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차세대 성장엔진 위한 소프트인프라]정권마다 춤추는 정책로드맵…’노벨상 재목’ 키울 긴 호흡 가져야(2017. 0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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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변혁·융합의 시대…기초과학을 키워라
연구자 지구력 높이는 R&D정책 필요
단기성과 집착…막대한 투자에도 연구성과 못내
1945년이후 ‘연구자 자율보장’ 원칙 고수하는 美
15년뒤 예측하고 정책연속성 지키는 핀란드처럼
자율성 높인 장기적 과학기술 정책·철학 가져야

해마다 노벨상 시즌이 되면 국내 과학기술계에서는 장탄식과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이웃 나라 일본 과학자들의 연이은 수상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면서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는 기약 없이 미뤄지는 데 대해 허탈해한다. 과학기술인들의 최종 목표가 노벨상 수상은 아닐지라도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재원 규모를 감안할 때 아쉬움이 큰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10조원이 넘는 예산을 R&D에 투자한다. 세계 최상위권이다. 막대한 R&D 투자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연구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해 단기성과에 연연하며 연구자의 자율성을 옥죄는 국가 R&D 정책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행을 좇아 인기 있는 분야에 쏠리는 과학연구자들의 자세도 문제지만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분야에도 투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기초체력은 물론 지구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정권에 따라 국가 성장동력과 과학기술 거버넌스가 바뀌는 것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5년마다 바뀌는 성장동력…단기성과 창출에 급급=미래창조과학부의 ‘2017년 정부 R&D 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에 따르면 개인·집단 기초연구 예산이 1조2,643억원으로 가장 많고 10대 미래 성장동력이 1조835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기초연구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고 스마트카와 드론, 웨어러블 기기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지원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국가 R&D 사업 예산이 정권마다 바뀌는 성장동력에 따라 단기적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민의정부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국가 경제정책 방향이 지식경제, 혁신경제, 녹색경제, 창조경제 등으로 바뀌면서 그때마다 성장동력도 달라졌다. 정권마다 경제정책 기조와 성장동력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기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단절되거나 중복투자가 이뤄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참여정부 시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능형 로봇과 미래형 자동차가 지목돼 정부 사업으로 개발됐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그린 수송 시스템 등 녹색기술 산업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면서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은 지원이 줄었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구글의 무인자동차 개발로 스마트카가 급부상하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분야에 대한 예산을 늘리고 지원을 강화했으나 경쟁국에 비해 기술력 격차가 벌어진 뒤였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정권마다 성장동력이 확 바뀌다 보니 일관성 있는 R&D가 불가능하고 단기성과에만 매달려 혁신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5년 단위로 정책이 리셋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권 변화 초월한 장기적 국가 과학기술정책 철학 정립 필요=국가 R&D 사업의 비효율성과 과학기술 정책의 연속성 부족은 근본적으로 과학기술 정책 및 기초연구 추진 철학이 부재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미국의 경우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발표한 ‘과학-끝없는 프런티어(Science-The Endless Frontier)’ 보고서를 바탕으로 설립된 국립과학재단(NSF)을 중심으로 연구자의 자율성 보장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는 과학기술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일본 역시 2007년 아베 신조 총리의 1차 집권기간에 발표된 ‘일본 이노베이션 25’가 장기적 국가 전략지침을 토대로 단기·중장기 중점과학기술 개발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유럽 국가들도 과학기술 분야는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1948년에 설립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의 경우 예산의 90%가 연방·주정부로부터 나오지만 연구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된다. 핀란드는 의회를 통해 정권이 바뀌면 15년 후 미래를 예측하고 이를 부처와 의회 합의, 지방정부 설명 등을 통해 정책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장기 비전이 정권에 따라 산발적으로 발표되고 과학기술기본계획과의 연계도 부족해 연속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여기에 연구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정권마다 출연 연구기관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지속되고 있으나 이해 당사자 간의 합의 부재로 불안정한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개편이 너무 잦고 위상도 부총리급(참여정부)에서 실장급(박근혜 정부)으로 오히려 격하돼 연속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는 정권 집권기간을 초월해 장기적 관점에서 과학기술 정책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관련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철학적 기반을 담은 미래 비전을 범부처 간 연계를 통해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과학기술기본계획과 중장기계획을 수립,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현 상황에서는 새로운 과학기술 정책과 철학 정립이 요구된다”면서 “이를 토대로 기초연구 분야에 대한 장기지원과 연구 자율성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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