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대선 3대 의제-②일자리]생산성 치솟는데 고용은 제자리…청년 ‘악어 입’에 갇히다 (2017.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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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생산성은 대체로 자동화 같은 기술 발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을 만큼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는 상황에서 사람 일손이 점점 불필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호황기에 발을 맞추던 생산성과 고용률 관계는 기업이 기술 수준 향상으로 자동화를 늘리거나 비용 절감을 위해 고용을 줄이면서 엇갈린다. 생산성은 치솟지만 고용률은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떨어지는 현상을 보여준 그래프 모양을 빗대어 경제학자 제라드 번스타인은 ‘뱀의 입’이라고 불렀다.

한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1970년 노동생산성과 고용증가율을 100으로 놓고 볼 때 1980년은 각각 172.41, 142.3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1990년 두 수치는 355.17과 188.1로 격차가 2배 가까이로 벌어졌다. 45년이 지난 2015년 노동생산성이 1096.55로 약 10배 뛴 동안 고용증가율은 272.8로 1.7배 느는 데 머물렀다. <잡 킬러> 저자인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이를 더 큰 ‘악어의 입’에 비유했다. 빠른 생산성 향상과 더딘 고용 증가의 격차가 더 빠르게 벌어진 모양새를 가리킨다. 

■ 제조업, 더 이상 고용이 늘지 않는다

기술혁신이 빨라지면서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 고용은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8만1000명으로 1년 전(448만6000명)보다 5000명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이후 취업자 수는 해마다 늘어왔지만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기업이 이끄는 수출 중심 제조업의 경제성장 시스템은 주력산업 구조조정, 기술혁신으로 인한 고용 감축 등과 맞물려 이전만큼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기술혁신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거나(고숙련 일자리), 대체할 필요가 없는(저숙련 일자리) 인간의 노동은 놔두지만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중간숙련 수준의 일자리는 빼앗는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기술혁신으로 사라지는 중간숙련 수준의 일자리가 상당 부분 제조업 일자리와 겹친다”며 “경제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지난 10년간 제조업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한때 한국 경제를 이끄는 ‘좋은 일자리’였지만 지금은 ‘불안한 일자리’로 전락했다. 현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하고 청년은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 여기서 미스매칭이 생긴다. 황 연구위원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구조가 수용할 수 있는 대학 졸업 인력은 최대 40% 정도로 보이는데, 인력 공급의 80%가 대졸자다. 산업구조상 필요한 인력 수준과 공급되는 인력의 수준이 형식적으로 불일치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은 일손 부족? 미스매칭 실상

청년 입장에서는 전망이 불투명한 직종에 미래를 걸 유인이 없다. 비정규직 등 불안정 일자리가 만연하거나 다른 기업과 임금 격차가 클 때, 또는 복리후생이 떨어지는 일자리는 기피 대상이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당장 임금이 낮아도 향후 전망이 밝은 기업이라면 몰라도, 많은 영세 중소기업들은 미래를 보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소·대기업 격차도 커지는 추세라 청년들이 가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은 산업구조 내 불평등을 완화하지도, 청년들이 미래를 걸 양질의 일자리를 내놓지도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청년 일자리 사업이었던 ‘취업성공 패키지 지원’이나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등은 사무직 중심의 청년 인턴을 양산하거나 단순반복 일자리를 늘리는 데 그쳤다. 성과지표를 관리하지 않거나 영세사업장의 연명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한 발짝 못 내다본 교육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청년 노동력이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자, 미스매칭 책임을 청년에 돌리고 있다”며 “진짜 미스매칭은 고학력 청년이 아니라 노동시장 수요와 교육 시스템, 정부 취업 정책에 있다”고 평가했다.

청년 비정규직 비중은 늘었다. 지난 10년간 다른 연령층에서는 비정규직 비중이 감소해온 것과 달리, 15~24세 청년층에서 비정규직 비중은 증가했다. 지난해 8월 기준 15~24세 청년층 비정규직은 80만6000명으로, 청년 임금노동자의 49.3%를 차지했다. 2015년 계약기간을 정하고 취업한 청년 노동자 97만1000명 중 83.6%(81만2000명)가 계약기간 1년 이하였다. 졸업 후 첫 일자리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하인 청년은 2006년 취업 유경험자의 8.7%에서 2015년 20.3%로 늘었다.

■ 값싼 인건비, 속 빈 고학력

전문가들은 기술혁신을 이끌거나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일, 또는 인간의 노동이 고유의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향후 고용정책의 핵심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서비스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과거 수출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는 싼 인건비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노동가치를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제품 값을 낮춰 비교우위를 지켜왔다. 서비스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고숙련 인력이 유입돼야 하지만 임금 수준은 우수 인력을 끌어오기엔 역부족이다. 고용노동통계를 보면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른 ‘서비스 종사자’의 월급여액은 2009년 161만2000원에서 2014년 172만5000원까지 올랐지만 2015년 166만6000원으로 고꾸라졌다. 지난 1월 서비스업 분류 중 가장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도매 및 소매업(377만8000명)이었고 숙박 및 음식업(230만3000명), 교육서비스(188만1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업(177만70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2015년 도매 및 소매업의 월급여액은 265만9000원, 숙박 및 음식업은 180만원, 보건업 및 사회복지업은 232만원이었다.

KDI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국민들은 국내 서비스산업의 임금, 일자리 질과 취업 선호도, 국제경쟁력이 낮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54.5%가 서비스업 임금이 매우 낮거나 약간 낮다고 응답했고, 54.3%가 일자리 질이 매우 나쁘거나 약간 나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6.5%는 한국 사회에서 서비스에 대한 가격 지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또 창의성·비판적 사고력·소통·협업 능력을 갖춘 고숙련 인력을 양성할 교육 체제가 시급하지만 현실은 요원하다. KDI가 발표한 ‘인적자본정책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종합연구’를 보면 2000~2012년 신입생 성적 상위 20% 대학의 재학생 규모가 7.4% 늘어나는 사이, 하위 20% 대학의 재학생은 21.5% 늘었다. 하위 21~40% 대학은 27.2%로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박윤수 연구위원은 “국내 대학은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질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다양성이 부족하며 시장의 수요와 괴리돼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구조조정도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입시경쟁으로 초·중등 교육의 발목을 붙잡는 대학이 먼저 변하지 않고서 교육개혁은 어렵고 이는 4차 혁명시대에 맞는 인력 양성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03282234005&code=920507#csidx239427e08e1f99d95ac6724bcb53b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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