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주성원]인공지능, 로봇, 그리고 ‘생존 전쟁’ (2017. 3. 3)

[광화문에서/주성원]인공지능, 로봇, 그리고 ‘생존 전쟁’

#1 “20세기에 새 조립라인 로봇이 등장하면서 공장 일자리가 사라졌듯이, 브래드와 나는 새로운 세대의 ‘생각하는’ 기계에 밀려난 최초의 지식 산업 노동자입니다. (중략) 그리고 나는 내가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믿습니다.”―‘제2의 기계시대’(에릭 브리뇰프슨, 앤드루 맥아피 지음)

2011년 퀴즈쇼 ‘제퍼디’에서 IBM의 인공지능(AI) 컴퓨터 왓슨에 우승을 내준 켄 제닝스가 프로그램 말미에 한 말이다. 왓슨과 대결을 펼친 2명의 출연자, 제닝스와 브래드 러터는 이 퀴즈쇼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던 ‘인간 챔피언’들이었다.

5년 뒤. 구글의 AI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 최고수라는 이세돌 9단을 꺾었다. 인류는 다시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AI 바둑리그가 생긴다면 이 9단도 제닝스와 비슷한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AI가 대체할 지식 산업 노동자가 퀴즈쇼 참가자와 프로 바둑기사뿐일까.

#2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과학기술 가운데는 전쟁을 계기로 성장한 분야가 많다.
레이더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적군의 움직임을 탐지하기 위해 개발됐다. 전쟁 후 이 기술은 전자파를 이용한 조리기구, 즉 전자레인지로 거듭났다. 1950년대 첫 전자레인지의 이름은 ‘레이더 레인지’다.

드론과 로봇 기술도 전쟁에서 발전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은 무인기로 적을 폭격했고, 병사 대신 폭탄 로봇을 보내 적군을 살상했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1933년 미국은 대공황 여파로 인구 4분의 1이 실업자였지만, 2차대전 말미인 1944년 미국 실업률은 1.2%까지 떨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신발부터 철강, 잠수함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품의 수요가 늘어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대공황이 막을 내렸다.’―‘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피터 노왁 지음)

레이더 기술은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에, 드론과 로봇 기술은 무인 배송 시스템에 적용된다. 사람을 죽이면서 일자리를 만들어 낸 전쟁의 기술이 일자리를 죽이는 ‘잡 킬러(Job Killer)’가 됐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3 AI와 로봇에 빅데이터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제조업에 적용한 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 인류로서는 상당히 두려운 도전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AI 때문에 모든 직업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패러다임 변화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선진국들이 4차 산업혁명 인프라와 핵심 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창업 규제를 풀어 산업 육성에 속도를 붙이는 이유다. 총성만 없을 뿐 전쟁과 다름없는 주도권 경쟁이다.
전쟁은 철저한 승자독식의 세계다. 승리한 쪽이 전리품을 챙길 때 패한 쪽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일자리 창출은 승전국만의 이야기다.

정부가 다음 달 ‘4차 산업혁명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늦게나마 다행이지만, 남들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의 안이한 대응이라면 ‘생존이 걸린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민간 부문의 경쟁력까지 북돋울, 제대로 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치적 혼란을 핑계 삼을 때가 아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맥없이 휩쓸린 폼페이의 인간화석처럼 될지, 아니면 이들을 잘 활용해 노동에서 해방된 디지털 아테네 주민이 될지는 앞으로의 대응에 달렸다.’―‘잡 킬러’(차두원, 김서현 지음)

주성원 산업부 차장 swon@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303/83147263/1#csidx81d9ad50bb496a997b3b16914546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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