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원의 럭키백) 美·日과 다른 韓 일자리 문제…차기 대권주자들에게 거는 기대(2017.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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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의 럭키백]”일자리 질적 수준, 사회 지속가능성 고려한 정책 마련 우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은 이른바 ‘원더풀 라이드(Wonderful Ride)’를 누렸다. 이는 간단히 말해 생산성과 고용률이 함께 증가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중산층 생활이 가능한 풍부한 일자리가 존재하던 시절을 일컫는다. 그러나 2000년 들어 ‘원더플 라이드’는 막을 내렸다. 생산성은 계속 높아졌지만, 고용률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부터 중산층은 붕괴됐고, 양극화는 심해지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등의 자유무역정책이 제조업 일자리 3분의 1을 사라지게 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학계 분석 결과와는 동떨어진 얘기다. 미국 볼주립대학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사라진 약 560만개 제조업 일자리의 13%만이 무역의 영향일 뿐, 85%는 로봇, 센서 등 자동화 기술 발전에 원인이 있다.

美·日과 다른 韓 일자리 문제…차기 대권주자들에게 거는 기대
트럼프는 해외로 내보냈던 제조업 생산 설비를 다시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과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기업들을 압박하며, 앞으로 10년간 25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포드와 피아트 클라이슬러, GM, 아마존, 월마트 등 미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중국 알리바바, 프랑스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일본 소프트뱅크 등 해외 기업들도 신규투자와 공장건설, 새 일자리를 트럼프에게 약속했다. 일본 아베 총리는 트럼프와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70억 달러(약 8조479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7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도 했다. 삼성과 LG도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현대차도 앞으로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기업들에게 현재까지 약 200만개의 일자리를 약속받은 듯하다.

‘원더플 트럼프 시대’가 될 지는 앞으로 좀 더 두고 봐야겠다. 하지만 일자리 양극화 등이 해소될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옥스팜이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99%를 위한 경제’보고서를 보면 세계 최상위 부자 8명이 전 세계 인구 절반 규모의 부를 소유하고 있다. 8명 가운데 6명은 미국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도 보호무역주의는 장기적으로 물가상승을 초래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중산층을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아베 총리의 경제성장 전략을 살펴보자. 우선 ‘노동’과 ‘고용’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의 양적 성장 행보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아베는 재택근무를 활성화 시켜 육아와 간병을 위한 퇴직자 수를 줄이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소해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3월까지는 부업과 겸업 금지 규정을 원칙적 허용으로 전환해 성장산업에 유연한 고용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인력이 부족한 성장 산업쪽으로 자연스럽게 인력이 유입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일자리 정책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자유로운 업무형태를 선호하는 젊은 층의 특성도 반영하는 등 고려할 모든 요소를 열어 놓고 다방면으로 꼼꼼하게 챙겼다는 점이다. 질적 성장 측면에 관심을 크게 가졌던 것이다.

우리나라 일자리 문제는 미국과 일본보다 심각하다. △합계 출산율 1.3을 넘지 못하는 초저출산국 △세계 최고 고령화 속도 △인구 감소로 생산과 소비가 침체하는 인구 오너스 현상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청년 실업률 △성장동력 부재 등 만만치 않은 문제 등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권주자들이 일자리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부분 4차 산업혁명 등 기술발전에 따라 예상되는 미래 일자리 변화를 대비했다. 물론 이도 중요하나 불황에 갈 곳 없는 예비 대졸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베이비 부머 은퇴자 등은 당장 숨이 넘어갈 판이다. 현재의 문제점을 냉정히 파악하고, 대내외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단순히 양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려는 공약이 아닌, 일자리의 질적 수준과 연속성, 그리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파괴적 일자리 정책 마련이 더 우선돼 보인다. 우리도 ‘원더풀 코리아’시대를 맞이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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