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글로벌 IT 기업 다 모여라…불붙은 음성인식 플랫폼 경쟁-아마존 앞장 구글·애플·MS 맹추격 삼성·네이버·통신 3사도 경쟁 합류 (2017.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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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사(아마존), 시리(애플), 구글 어시스턴트(구글), 코타나(마이크로소프트)….’

지금까지 알려진 글로벌 IT 기업의 주요 음성인식 플랫폼이다.

그동안 스마트폰이나 가전기기의 주 입력 장치는 ‘터치’나 ‘마우스’였다. ‘터치’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획기적인 방식’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음성’으로 입력하는 방식은 ‘터치’보다도 훨씬 편리할 뿐 아니라 효율적이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으로 모든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면서 앞으론 마우스나 손가락 대신 음성으로 모든 기기를 통제할 전망이다. 그만큼 음성인식 기술은 미래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일까.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 기업 아마존, 세계 1위 소프트웨어(SW)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 세계 1위 인터넷 기업 구글, 세계 1~2위 스마트폰 기업 애플까지. 각 분야에서 ‘세계 1위 간판’을 달고 있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음성인식 기술 플랫폼 확보에 사활을 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도 독자 플랫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통신 3사는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한 스피커형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포스트 모바일 시대의 핵심 기술로 떠오른 음성인식 플랫폼 경쟁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설명CES 2017에서 공개된 LG전자 ‘허브로봇’엔 아마존 ‘알렉사’가 탑재됐다. <연합뉴스>

▶ 7000개 파트너사 확보한 아마존

▷ 알렉사로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7의 승자는 아마존.’

CES 2017이 끝난 뒤 나온 세간의 평가다.

아마존은 2014년 11월 음성인식 플랫폼 ‘알렉사’가 탑재된 스피커 ‘에코’를 출시했다. 그간 음성인식 프로그램이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긴 했지만 스피커 형태로 나온 제품은 에코가 처음이다. 에코는 음성으로 듣고 싶은 음악을 재생하고 전등이나 TV 등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마존 쇼핑몰과 연계해 자동 주문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에코는 출시 2년 만에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500만대 이상 판매됐다.

아마존은 에코 판매에만 열을 올리지 않았다. 보다 광범위하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자사 플랫폼을 개방했다. 지난해 6월부터 어떤 기업이든 자유롭게 알렉사를 갖다 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아마존은 알렉사 문을 개방함으로써 불과 6개월 만에 7000개가 넘는 파트너사를 확보했다. LG전자나 하이얼 등 가전업체는 물론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포드 등도 알렉사를 적용한 서비스를 CES 2017에서 선보였다. CES 2017의 승자가 아마존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LG전자 외에도 현대차그룹이 알렉사를 탑재한 자동차를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엔 스마트폰·가전·자동차 등 하드웨어 제조기업뿐 아니라 서비스 기업도 알렉사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 스타벅스는 알렉사를 자사 스마트폰 앱에 시험 적용한다고 밝혔다. 앱을 켜고 매장 점원에게 주문하듯 말하면 자동으로 커피 주문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음성인식 플랫폼 경쟁에서 아마존은 ‘개방’을 통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 개방엔 개방으로 맞선다

▷ 글로벌 IT 기업 우군 확보 분주

아마존의 질주를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는다.

‘시리’를 통해 음성인식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처음으로 탑재했던 애플의 최근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애플은 2011년 아이폰4S 출시와 함께 음성인식 기반의 가상비서인 시리를 공개했다. 출시 초기에는 인식률이 낮아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리의 인식률은 향상됐다. 기능이 한층 강화되면서 간단한 정보 검색이나 문자 메시지 작성도 가능해졌다.

음성인식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애플은 그동안 고수했던 폐쇄적인 OS 운영 방침을 버렸다. 시리의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공개해 다른 기업도 시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애플은 모바일 시대에 지나치게 폐쇄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모바일 OS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에 점유율이 크게 뒤처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듯 애플은 시리를 공개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는 시리를 활용해 아이폰에서 음성으로 차를 호출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애플은 올해 출시할 예정인 차기 아이폰(아이폰8 혹은 아이폰X)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리를 탑재해 음성인식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구글 또한 음성인식 플랫폼 확보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10월 음성인식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를 출시했다. 구글이 끌어들인 첫 번째 우군은 다름 아닌 LG전자.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G6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전통의 SW 강자 MS, 왓슨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AI를 접목하고 있는 IBM도 음성인식 기술을 적극 개발 중이다. MS는 음성인식 서비스 ‘코타나’를 활용해 절치부심 재기를 노리고 있다. PC 시대 강자였던 MS는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애플, 구글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한 번에 만회하고자 5년 전부터 실시간 음성인식 통역 기술 개발에 나섰다. MS 코타나는 곧 국내 AI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으며 닛산과 BMW 등 자동차 업체 또한 코타나를 탑재한 자동차를 공개했다.

중국 바이두의 음성인식 기술도 수준급이다. 그들이 공개한 음성인식 시스템 ‘딥스피치2’는 음성인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서비스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바이두는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음성인식 기술을 대하는 공통점은 바로 개방적인 태도다. PC 시대엔 MS가 윈도를 독자적으로 공급하며 시장을 독점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30년 윈도 천하’가 깨진 것은 ‘폐쇄’가 아닌 ‘개방’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개방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지금처럼 플랫폼이 중요한 시대엔 자신이 갖고 있는 무기를 꽁꽁 숨기는 것보다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개방함으로써 파트너를 모으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기술이 복잡해지면서 개별 기업만으로 시장을 장악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음성인식과 인공지능은 관련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글로벌 기업 간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이유”라고 말했다.

▶ 경쟁에 뒤처진 한국 기업

▷ 빅스비로 반전 노리는 삼성전자

글로벌 IT 기업이 음성인식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IT 강국’이라는 한국 기업은 이 경쟁에 다소 밀리는 모양새다. 미국은 물론 중국보다도 뒤처진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에서 음성인식 플랫폼 경쟁에 뛰어든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AI 스타트업 비브랩스를 인수했다. 비브랩스는 애플 시리 개발진이 독립해 만든 기업이다. 국내 IT 업계는 비브랩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가 삼성전자 갤럭시S8에 탑재될 것으로 내다본다. ‘빅스비(가칭)’로 알려진 갤럭시S8 음성인식 서비스를 통해 삼성전자는 가전기기 등 다양한 IoT 기기와 연동해 AI 플랫폼으로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또한 다른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빅스비를 다른 업체들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직접 수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삼성은 하드웨어 분야에선 이미 세계 최고라는 강점이 있다. 자사 제품부터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해 범위를 확장해나가면 글로벌 생태계에서도 영향력을 갖출 만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네이버도 지난해 차세대 기술 연구조직인 네이버랩스를 통해 AI 비서 솔루션인 ‘아미카’를 개발했다. 네이버는 일본 메신저 자회사인 라인과 함께 상반기 중으로 아미카를 적용한 AI 스피커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검색 엔진을 보유한 만큼 한국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p.56>

통신 3사 또한 독자적인 음성인식 플랫폼 확보에 적극적이다. 3사 모두 아마존 에코, 구글홈처럼 스피커형 제품에 직접 개발한 시스템을 접목시킨 형태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SK텔레콤(SKT). 지난해 9월 선보인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는 출시 후 현재까지 약 4만대를 판매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멜론, T맵 등 SKT가 기존에 운영하던 여러 앱과 쉽게 연동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에 질세라 KT도 올해 초 스피커형 셋톱박스 ‘기가지니’를 내놨다. 음성으로 내린 명령을 TV 화면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여타 음성인식 스피커와 차별을 꾀했다. LG유플러스는 아직 상품을 정식 출시하진 않았지만 AI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올해 내로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플랫폼을 활용해 응용한 기기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LG전자가 CES 2017에서 공개한 스마트 냉장고 ‘노크온 매직스페이스’와 스마트홈 로봇 ‘허브로봇’은 모두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했다. 노크온 매직스페이스는 주방에서 요리나 설거지를 하느라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한 사용자를 겨냥한 제품. 음성 명령만으로 음악 재생이나 뉴스 검색, 온라인 쇼핑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허브로봇’은 무선 인터넷을 통해 가전제품은 물론 집 안 조명과 보안장치까지 제어하는 집사 역할을 수행한다. LG전자는 내년에 선보일 음성인식 에어컨에도 외부 플랫폼을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파워봇 VR7000’과 코웨이 공기청정기 ‘에어메가’ 역시 기본 두뇌는 알렉사가 탑재돼 있다.

국내 여러 기업이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기기를 선보이고 있지만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 인터뷰 | 김영준 SK텔레콤 미래기술원 HMI 테크랩장

□ 기술적 문제보다 ‘데이터’ 확보가 더 시급

미래기술원은 SK텔레콤 AI 기술 개발에 있어 ‘심장’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음성·영상인식, VR·AR 등을 활용한 인터페이스는 물론 신규 기기 개발을 연구한다. 그중에서도 김영준 테크랩장은 음성인식 기술 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전문가다.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 개발의 주역인 그에게 국내 음성인식 기술의 현주소를 들었다.

Q 아마존 ‘알렉사’ 등 선진 음성인식 플랫폼과 국내 기술 격차는 얼마나 될까.

A 기술 자체만 놓고 보면 빠른 시일 내에 세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보다는 체계화된 데이터 축적량에서 차이가 난다. 쉬운 예로 한국어는 외래어 사용과 표기가 통일돼 있지 않아 정확한 지식 검색이 쉽지 않다. 또 국내에는 웹상에서 정보를 공유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적극 수정하는 문화가 부족해 양질의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Q 한국의 음성 기술 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은 없나.

A 한국어에 특화된 알고리즘 개발이 필요하다. 흔히 업계에서 통용되는 지식 처리 방법은 한국어 문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국가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

특히 10초 이하의 짧은 음성 데이터에 대해선 개인정보보호법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 현재는 사적 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단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에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개발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다른 업체와 공유하는 등 업계가 ‘윈윈’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막혀 있다.

Q 음성인식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부작용도 우려된다.

A 개인정보보호, 사생활 침해 등이 문제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음성 결제 인증 방식은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악용 가능성이 높은 데다 보안 기술 수준도 아직 미흡하다.

Q ‘누구’를 비롯한 음성인식 플랫폼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A 우선 스마트홈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음성인식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될 것이다. 현재 ‘누구’는 플랫폼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타 기업 제품과 안정적으로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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