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스카이넷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2016. 4)

2016년 04월호
“범용AI 수십 년 걸릴 것, 의식·감정 보유 불가능”

일본 도쿄 미쓰코시 백화점에 2015년 4월 배치된 안드로이드 로봇 안내원 ‘치하라 아이코’(좌). 연합DB

“이제 인간이 기계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기계의 불가침 영역으로 여겨져 오던 ‘동양의 신비’ 바둑마저 인공지능(AI)의 기술에 정복당하자, 이런 자조 섞인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될 것이고, 기계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기력해질 것이라는 좌절감의 표현이다.
  자기 보호 본능 때문에 대규모 핵전쟁을 일으키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나, 자신의 기능을 중지시킬 위험을 인지해 우주선 내 승무원을 몽땅 죽이려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할(HAL)로 진화하는 것 아니냐는 끔찍한 상상도 나온다.
  실제로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는 “AI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30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과 대등해지고, 2045년에는 인간 수준을 아예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5년 7월 열린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내한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출연배우 에밀리아 클라크. 김수진 연합뉴스 기자

AI, 자의식 갖게 될까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에서 승리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 수준이 획기적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게 과학계의 평가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의 일상 실생활에서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범용인공지능(AGI)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가 인간의 의식이나 감성을 대체하는 것은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인지 로봇 과학자인 머레이 샤나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대 교수는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뉴스와 인터뷰에서 알파고의 메커니즘과 인간의 뇌는 작동 원리가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뇌는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라고 손에 명령을 내리거나, 기억을 떠올리라고 명령을 내리면 신경세포들이 특정한 패턴을 보인다. 이런 것이 반복되면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 더욱 강해져 행동이 갈수록 쉬워진다. 반면, 알파고는 신경망 구조로 돼 있지만 특정한 패턴이 더욱 강해지거나 약해지기 전에 알고리즘을 활용해 최선을 선택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샤나한 교수는 IT전문 매체인 기즈모와 인터뷰에서도 “AI가 사람처럼 대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단어 하나하나의 개념을 스스로 이해하면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AI가 의식(Consciousness)을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할 이유는 없다. 인간처럼 돼야 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샤나한은 범용인공지능 개발은 10년 안에 불가능하지만, 50년 안에는 아마도 가능할 것이고 21세기 안에는 분명히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도 미국 언론에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을 가진 ‘강한 AI’(Strong AI)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며 “사람의 의식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선행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영화 ‘엑스마키나’의 한 장면. UPI코리아 제공

“살생·섹스 로봇도 나올 것”, 거센 윤리·법제 논란 예고
  비록 인공지능이 인간의 의식과 감성까지는 모방하지 못하더라도 인류에 위협을 가할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경고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을 이용한 살생 무기나 전쟁 로봇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미국 등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AI 국제콘퍼런스에서 이 분야 전문가 1천여 명이 ‘삶의 미래연구소(FLI)’ 명의로 살생 로봇 개발과 군사적 활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현재 개발되고 있는 섹스 로봇도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 될 전망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당신은 섹스 로봇의 실패에 내기를 걸겠는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AI는 인간을 멸종시킬 수 있다”는 스티븐 호킹의 경고를 전했다.
  인공지능이 인류에 가져올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히는 것은 대량 실업이다. 미국 라이스 대학의 컴퓨터 과학자인 모쉐 바르디 교수는 가디언에 “AI가 30년 안에 지구촌의 실업률을 50%로 높이고 중산층의 전멸과 불평등의 심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섹스 로봇, 킬러 로봇처럼 인권이나 도덕 측면에서 가치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며 “이제는 AI 관련 윤리, 법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박창욱 기자 pcw@yna.co.kr
2016.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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