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원의 럭키백] 인간과 AI 공존을 생각할 때 (2016. 3. 19)

2015년 9월,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맥스 도닐런 교수 연구팀이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뇌 신경계는 인간의 에너지 효율을 감시하면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몸동작으로 끊임없이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인간은 에너지 소비 최소화를 위해 누워있거나 앉아있기를 좋아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을 찾는 등 선천적으로 게으른 존재라는 것이다.

대부분 과학기술 산물들은 인간의 게으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간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들이다. 인간의 노동을 자동화하는 기술은 산업혁명 이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생산성 높은 로봇들을 도입하고 싶어 한다. 로봇들은 인간처럼 복지 수준과 급여를 높여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쉬지도 않는다. 최고의 생산성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과거에는 대량생산을 위해 주로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기계들을 활용해 신뢰성·정확성·연속성을 확보했다. 그러나 최근 빅데이터 처리·분석, 정확한 연산과 새로운 추론이 가능한 인공지능(AI)의 등장은 화이트컬러(지식노동자)의 업무도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미 로봇은 공장의 안전망을 탈출했고, AI도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고 있다. 단지, 우리가 그 사실을 그리 깊이 생각하고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AI는 인터넷 브라우저, 스마트폰, 주차장의 차량번호판 인식을 위한 영상처리 알고리즘 등에도 적용돼 있다.

세 번째 대국까지 알파고가 내리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하자 사회는 머지않아 AI가 인간의 모든 것을 지배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기술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졌고, 언젠가 올 날이 바둑을 통해 예상보다 빨리 왔을 뿐인 데 말이다.

알파고와 이 9단의 대국으로 인간들은 정해진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AI의 본질을 경험했다.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며 바둑의 상호작용 룰을 바꾼 알파고의 무서운 모습도 봤다. 앞으로 자율주행자동차, 헬스케어 등 폭 넓게 AI의 활용은 늘어날 것이다. 이들도 앞으로 수많은 룰을 바꿔놓을 것이다.

아쉬웠던 점은 알파고 AI 알고리즘이 1월에 공개됐고, 100만 번의 대국을 학습해 알파고가 판 후이를 이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연하다는 듯 이 9단의 우세를 점쳤다는 것이다. 판 후이와의 대국이 끝난 후 이 9단과의 대국까지 6개월의 기간은 감안하지 않았던 것일까.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객관적 연구와 판단을 통해 사회와의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예상되는 AI와 개인,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와의 상호작용 룰의 변화를 냉정히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 급격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AI에게도 숙제는 남아있다. 지난달 구글 자율주행차가 처음으로 가해를 범했고, 이 9단과 4번째 대국 79수에서는 알파고의 실수가 드러났다. 이 실수가 인간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교통과 의료, 국방 등의 분야에서 발생해선 안 된다.

바둑은 인간이 창조했고, 알파고 또한 인간이 만들었다. 알파고의 도전은 AI의 도전이 아니다. 인간의 또 다른 도전이다. 판 후이는 지난 5개월 간 알파고와 계속 대국을 치뤘다. 알파고는 이 9단을 이길 정도로 성장했지만, 판 후이의 수준도 세계 633위에서 300위 권으로 상승했다. AI가 인간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사례다. 이제 기계는 인간이 명령을 내리고 그대로 따르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함께 공존할 방안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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