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원의 럭키백] “인문학과 과학은 한몸”…”인문학 정의·범위 다시 세워야” (2015. 4. 18)

인문학 콘서트·강좌·캠프 등을 비롯해 관련 책들도 쏟아져 나왔다. 기업총수들을 위한 인문학 과외도 등장했다. 이 정도로 인문학 열풍은 거셌다.

열풍의 최초 발원지는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였다. 태블릿 ‘아이패드’를 소개하는 발표무대에서 그는 “기술과 인문학이 결합한 애플의 기술혁신 DNA가 인간 중심의 창의적인 시스템을 개발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에 자극 받은 한국 기업들은 ‘잡스같은 인재’, ‘애플같은 제품’을 위해 인문학 배우기에 나섰다.

그런대 현재 우리나라 대학 인문학과는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폐과된 학과 137개중 인문계열 학과(29.9%), 사회계열 학과(25.9%)를 합치면 50%를 넘는다. 인문학 분야가 초토화되고 있는 것이다. 인문학 붐의 시대에 관련 학과가 폐쇄되고 있는 이 역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발표한 인문학 분야(2014년~2015년) 1위 대학은 스탠포드였다. 미국 실리콘벨리의 IT벤처 창업가들 대부분이 이 대학 출신이라서 첨단기술 기업의 인재공장으로도 불린다.

스탠포드내 7개 대학 중 문리대학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회과학 학과가 함께 있다. 이곳에선 △언어 △음악 △역사 △철학 △종교 △경제 △커뮤니케이션 △인류학 등의 인문분야 뿐만 아니라 △응용물리 △생명 △화학 △수학 △통계 등 기초과학분야 과목도 함께 가르친다. 문리대학은 스탠포드에서 ‘다학제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포브스가 실시한 미국 대학평가에서 낯선 이름의 인문대학이 1위 자리에 올랐다. 학부 중심의 작은 규모(1000~3000명)로 운영되는 윌리엄스대학이다.

윌리엄스 대학은 전문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폭넓은 교양수업을 한다. 대학은 인문학 이외에도 △생물학 △분자생물학 △생화학 △화학 △컴퓨터 사이언스 △환경과학 △지구과학 △생명과학 △물리교육 등 다양한 기초과학 관련 과목들을 가르친다. 인문대학이지만 매우 체계적인 기초 과학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교육은 관련 전공자, 전문지식을 갖춘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된다.

이들이 생각하는 인문학은 우리와 개념부터 달랐다. 윌리엄스대 관계자는 “과학도 인간의 근원적 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탐구하는 인문학 영역에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인문학과 과학은 원래 한 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 주요 인문대학들 대부분은 여전히 언어학·사학·철학에 치우쳐져 있으며, 기초과학은 자연·생명·공과대학 중심으로 이뤄져 인문학 전공 학생들이 접할 기회가 여전히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3 국민독서실태조사’ 설문지를 보면 인문학을 문학과 역사, 철학 등 세 분야로 한정하고 있다.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인문학에서 과학이 배제된 현실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동안 우리 인문학은 과학을 배제해 본질에서 떨어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인문학에 대한 정의와 범위를 다시 새롭게 세워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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