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는 사물인터넷(IoT)은 올해도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구글의 네스트 인수를 계기로 IoT에서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아이디어와 시도가 급증했다. IoT 정책 수립과 연구를 맡고 있는 박현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CP,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실장,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IoT 의미와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토론자: 박현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CP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실장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뭔가
차두원 유비쿼터스와 차이가 뭔지, 버즈워드가 아닌지 의심하는 의견이 있다. IoT는 사물까지 무선인터넷이 들어가는 하나의 인터넷 발전 패러다임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박현제 정부는 통상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지능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IoT 정의로 사용하고 있다. 결국 인터넷으로 사물을 연결하는 것인데, 과거에는 독립된 컴퓨터를 연결했다면 이제 사물을 연결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이렇듯 사물에서 종합적인 가치를 얻어낸다는 점을 IoT의 새로운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조광수 띵스(Things)라는 말에 잘못이 있다. 영어에서 띵스는 사물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띵스의 범위에 들어간다. 또 인터넷이라는 말도 그렇다. 인프라스트럭처(사회기반시설) 관점에서는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연결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IoT는 인터랙션(상호작용)이나 서비스 관점에서 보는 것이 좋다. 사업을 위해서는 연결하는 것에 몰입하는 것보다 서비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IoT는 기술이나 비즈니스 어느 하나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기존 서비스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박현제 기술도 중요하다. IoT가 기술과 비즈니스, 서비스가 겹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기존 기술을 모으면 된다는 생각도 있다. 그런데 IoT는 기존 기술로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터넷은 10억 개의 개체를 연결하는 것인데 IoT는 1000억 개에서 1조 개를 연결한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견딜 수 없다. 또 데이터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도 중요한 이슈다. 데이터의 가치는 즉각적인 사용에서 나온다. 그런데 인터넷 프로토콜인 TCP/IP로는 실시간데이터 처리가 어렵다. 또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IoT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포함하는 것이다.
차두원 IoT가 뜨는 배경은 기술한계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류의 기술 발전 과정을 보면 인터넷 등장 이후 혁신적인 기술 발전은 없었다. 그런데 IoT를 통해 인터넷 시장이 커진다. 모든 것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할 것 없이 새로운 모델이 나올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조광수 IoT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상징 같은 것이다. 산업화 이후 실물 중심의 1세대 비즈니스, 금융자본주의와 디지털자본주의가 결합한 실물과 무관한 2세대 비즈니스를 거쳐 다시 실물자산과 결합한 3세대 비즈니스로 가는 상징이 IoT다. 사람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산업이 커진 것처럼, 여기에 사물이 포함되면서 사물 비즈니스가 커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O2O도 같은 맥락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IoT 표준화 동향
박현제 표준화를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IoT에서 사물을 연결할 때 표준이 없으면 연결하지 않았을 때와 다를 것이 없다. 미국의 네스트를 IoT 대표사례로 꼽는데 여기는 미국의 보일러 표준이 있다. 모든 미국 보일러는 하나의 표준에 따라 네 개까지 선으로 온도 조절 등을 다 한다. 그런데 한국은 보일러마다 방식이 달라서 네스트 같은 것이 나올 수 없다. 표준화에서는 공공서비스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화가 잘되어 있기 때문에 표준을 만들어 간다면 영향력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준이 민간과 결합하면 빨리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차두원 미국도 공공영역과 제조업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공공영역의 경우 에너지나 주택에서 도시 단위, 커뮤니티 단위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IoT를 펼치는 개념이 많이 나오고 있다. 개인적인 질문을 하자면 보일러에서 2선이든 4선이든 컨버팅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왜 억지로 표준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조광수 표준에 대해서 애플, 구글, 텐센트, 시스코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이 기업들은 표준화에 관심이 없다. 특히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무관심하다. 본인들이 강자이기 때문에 자기가 세상을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박현제 표준을 따르면 좋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기, 서비스가 등장하는 장벽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표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표준이 정해지지 않으면 오히려 우리나라에는 재난이 될 것이다. IoT 데이터의 규격화가 안 되면 해외기업들이 이 역할을 할 것이고 우리나라는 가공된 데이터만 받게 된다. 우리의 정보가 모르는 사이에 다른 곳에서 수집 가공되는 것이라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테크 트렌드 인사이트②]스타트업 생태계가 IoT 생태계 좌우](https://i0.wp.com/thumb.mt.co.kr/06/2015/03/2015032509575016036_2.jpg)
플랫폼과 생태계 동향
차두원 생태계라는 측면에서 IoT를 넓게 보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기존 기술보다 클 것 같다. 기술이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역기능을 막을 수 있는 기술 시스템도 필요하다.
조광수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보면 IoT는 사물과 사람에게 장착한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이걸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서비스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모두 투자다. IoT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 바로 누가 인프라를 깔고 비용을 낼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결국 서비스를 누가 장악하는지가 중요한데 큰 비즈니스 측면에서 어려운 문제다. IoT에서 재미있는 것은 버티컬 비즈니스보다 크로스 도메인 서비스가 잘 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방에 센서가 있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서비스가 가능하다.
차두원 지금은 여러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 싸움을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규제에 부딪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하고 있다. 대기업은 기술은 확보하고 있는데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 돈을 벌지가 고민인 것 같다.
박현제 정부에 있다 보니 관심이 대기업 비즈니스에는 관심이 적다. 한국 대기업은 준비가 된 것으로 보는데, 문제는 결국 신생 기업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는 얼리어답터의 세분화된 마켓이 존재하고 이들에게 판매하던 제품이 널리 퍼지는 것이다. 이때 마켓을 세분화하고 작은 사용자의 필요를 찾아내는 것은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다. 문제는 이 스타트업을 어떻게 많이 만들어 낼 것인가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답을 찾지 못하면 사물인터넷 생태계도 안 될 것이다.
차두원 지금은 공유경제가 IoT와 가장 빨리 결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모델을 만들지와 관련해 규제와 부딪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기술을 먼저 내놓고 규제와 부딪치며 풀어 가는데 한국은 먼저 규제를 낮춰 달라고 한다. 이런 제도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정리 도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