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원의 럭키백] 韓이 앓고 있는 ‘혁신과 추격의 강박증’-자율주행차·드론 규제 푸는 게 능사 아니다 (2015.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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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택시 5000대를 구글 자율주행차로 교체’. 지난해 4월, ‘억!’ 소리 나게 한 미국 모 언론매체의 만우절용 ‘낚시 기사’다.

‘전투용 드론을 엑스박스로 조정한다?’. 지난 2008년, 영국이 이라크전에 투입한 소형 정찰용 드론(Drone, 무인비행기) ‘데저트 호크 3(Dessert Hawk III)’의 조종사 뒷모습 사진이 인터넷 화제로 급부상한 적 있다.

택배용 드론/사진=알리바바
택배용 드론/사진=알리바바

투명스크린을 터치하고, 현란하게 자판을 두드리는 영화 속 장면을 먼저 떠올릴만하나 그 사진 속 조종사 손에 쥔 드론 조절장치는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게임기 엑스박스(X-Box) 360 컨트롤러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영국 국방성 대변인이 직접 나서서 “그건 엑스박스 360 컨트롤러가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상황까지 이어진 일화는 드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자율주행차·드론이 이제는 가상이 아닌 진짜 모습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벌써 노심초사하게 된다. ‘스마트폰 때처럼 또 뒤처지는 것 아닐까.’
실제 세계 시장에선 기술 선점 각축전이 한창이다. 아마존과 DHL, 알리바바는 드론을 통한 책·피자·생필품 배송 경쟁으로 맞닥뜨렸다. 구글은 페이스북과의 경합 끝에 활공시간이 5년인 ‘태양광 드론’을 개발 중인 에어로스페이스를 지난해 인수했다. 이 투자는 ‘드론 패권’의 승부수로 기록됐다.

자율주행차·드론이 스마트폰에 이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면서 우리 나라도 최근 이 기술대열에 속속 합류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삼성·LG전자의 올 하반기 드론 개발 발표 등이 그것이다. 국토교통부는 한술 더 떠 “드론을 이용한 택배 시범사업자를 연내 지정하겠다”며 규제 개선 의지를 나타냈다.

이런 풍경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한국 정부·기업 모두 뒤늦은 혁신의 강박증을 앓고 있는 것 같아서다.

자율주행차·드론이 우리나라가 신산업 창업 주도하는 ‘혁신의 리더(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시험의 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빠뜨려선 안 되는 ‘중간’ 덕목이 있다. 안전과 사고방지 대책 등을 모두 고려한 ‘사회적 합의와 수용과정’이다.

다음 두 사례는 그런 의미에서 되새겨볼 일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지난해 5월 19일 채택한 ‘자율주행·무인자동차 법률’에서 자율주행차는 언제라도 수동 조작이 가능하도록 가속·브레이크 페달, 핸들이 장착돼야 하고, 반드시 운전석에 사람이 탑승하도록 규정했다.

이 때문에 구글은 자율주행차로 지구 24바퀴(110만km) 이상을 무사고로 주행하는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작년에 새롭게 선보인 모든 조작기가 없는 새로운 무인자동차를 브레이크와 가속 패달, 핸들이 없다는 이유로 실제 도로에서 시험주행이 불가능하게 됐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상업용 소형 드론 개정 법안에서 인구밀집지역에서는 비행이 불가능하고, 비행범위도 조정하는 사람의 가시권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던 도심지역 드론 택배 수송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사례에서 보듯 시민 안전에 앞선 기술혁신은 없다는 게 기술 리더국의 철학이자 원칙이다. 이 같은 ‘혁신의 급제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전히 우리는 자율주행차·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선을 1순위로 놓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규제를 푸는 게 능사는 아니다. 조급하게 태어난 시스템들이 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장악력을 갖게 될 지도 미지수다.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는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 옥죄어 드는 사슬과 같은 것이다. 성숙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중간 과정(사회적 합의와 수용)은 수차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 기술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혁신이란 더 멀리 바라보고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혁신의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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