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럼] 열리는 혁신의 문, 닫히는 한국의 미래 (2014. 6. 25)

올해 6월을 기점으로 수많은 전 세계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경영에 관한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할 것 같다. 그간 시제품 형태로 생각했던 혁신의 대표적 아이템들의 시장 출시 시점이 훨씬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시그널들이 마치 서로 경쟁하듯 발생했기 때문이다.

먼저 구글은 완성차 메이커 차량을 개조해 만든 그간 무인자동차들과는 달리 그들이 직접 차체까지 설계한 소형 무인자동차를 공개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40㎞ 수준이지만 노인과 맹인들이 탑승해 행복해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에 공개한 모델은 일반도로 주행이 어려운 저속 소형 모델이지만 시설물로 인가 받을 수 있는 대형 공원과 골프장, 시니어 타운 등 폐쇄된 장소에서의 운행은 가능하다. 이러한 전략으로 구글은 일반 차량 형태의 무인자동차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를 향상하고 막연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는 무인자동차 활용이 가능한 모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와 기존 완성차량 업체와의 결별을 위한 전주곡일 수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펀치를 날렸다. 머지않아 생활 속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했던 로봇을 내년 2월 200만원 수준으로 시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가 발표한 페퍼(Pepper)는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상태를 분석해 감정 상태를 추정하는 등 인간의 감정인식과 커뮤니케이션에 특화됐다. 그간 로봇업체의 인수합병에 공들여온 구글, 인간과 가장 근접한 혼다의 아시모(Asimo) 등이 보유한 최고 기술을 담진 않았다. 주행도 바퀴를 활용한다. 그러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반인 대상 저가 로봇의 상용화, 그것도 소프트뱅크의 발표는 기술 자랑에 집중한 기존 로봇업체들에게 적지 않은 위기감을 던졌을 것이다.

가장 쇼킹한 최근의 뉴스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발표다. 그는 테슬라가 보유한 모든 전기자동차 관련 특허를 무료로 공개한다고 선언했다. 전기차 핵심 기술인 전기 구동장치와 동력 전달장치 관련 특허가 모두 공개 대상이다. 다른 업체의 기술 독점을 대비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지속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테슬라 전기차가 세계 전기차들의 프로토타입 모델로 활용이 가능함을 선언한 것이다. 세기의 특허소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관련 특허소송을 생각하면 기존 지적재산권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며 차량, 집 등 새로운 공유경제(sharing economy)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모바일 차량예약서비스 업체인 우버(Uber)가 약 18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로 1조2000억원 규모의 펀딩을 받았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이러한 혁신의 주역들이 노리는 시장전략과 경쟁기업들에게 던지는 시그널은 단순하다. 자신들이 보유한 혁신적 기술들을 세상에 가장 먼저 접목시켜 시장을 이끌겠다는 시장 주도 전쟁의 선전포고다. 사실 위의 기술들은 우리나라 정부의 성장동력에 지속적으로 포함돼 있으며, 대기업 기술개발 포트폴리오의 핵심이다. 아쉽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가장 뜨거운 혁신의 시장에서 팔로어(follower)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얼마 전 만난 몇몇 우리나라 대기업 연구원들의 공통적 고민은 자신이 속한 기업이 ‘앞으로 어떤 분야를 새롭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다소 냉소적인 내용이었다. 특정 분야에 고착된 우리나라 기업환경에서 새로운 도전 없는 반복적 벤치마킹도 질렸다고 한다. 구글 등 세계적 하이테크 기업들뿐 아니라 중국기업 등이 전 세계 우수 스타트업 기업들을 인수합병하고 미래 비전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반면 최근 우리 기업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혁신의 원동력인 과감한 투자와 도전을 위한 기업가 정신은 어디로 갔을까. 결핍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 아쉬울 뿐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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