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가시거리 20센티 로봇을 넣고 구조기대하는 나라 (2014. 4. 28)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된 원격 조정 무인로봇(Remotely-Operated Vehicle·ROV)은 사고 해역 물살이 빨라 투입하지 못했다. 일명 ‘게 로봇’으로 알려진 다관절 해저 탐사로봇(크랩스터 CR200)은 부유물로 가시거리가 20cm에 불과해 광각 카메라 촬영이 불가능했다.

두 로봇은 제 역할을 못하고 수색만 지연시킨 꼴이 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수중로봇 중 재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없는 상황이니 ‘혹시라도’하는 심정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관계자들은 ‘잠수사들의 수색을 도와줄 실효성 있는 장비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요원한 상태다.

2014년 인적·사회적 재난 대비 R&D 예산 분포/자료=미래부
2014년 인적·사회적 재난 대비 R&D 예산 분포/자료=미래부

이번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의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에 구멍이 ‘뻥’ 뚫렸음도 드러낸 사고다. 안전행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산자원부, 해양수산부 등이 정부부처가 촘촘하게 세웠다는 재해·재난안전 R&D(연구개발) 추진과제에서 해상 안전사고 관련 R&D 과제는 없거나 ‘요식 행위’ 수준인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의 ‘2014년 해사안전시행계획’에서 해양사고 저감 및 해양구난 기술은 e-내비게이션 개발 정도의 ‘지능형 구난기술 개발 추진’이 전부다. 관련 예산은 3500만원. 심해 구조로봇 개발 같은 프로젝트가 있을리 만무다.

심영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재난대응을 위한 로봇 범위를 지상로봇 중심에서 심해탐사 및 수중작업, 구조로봇 등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해탐사 기술과 구조로봇 기술 수준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로봇 R&D 특성상 10~15년에 걸쳐 진행되는 중장기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어서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 어렵다. 더욱이 심해 구조로봇은 우리나라 로봇 기술 중 가장 더디다. 여기에 재난 로봇은 시장성이 희박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처럼 R&D 시스템 자체가 경제성을 먼저 따지는 구조까지 겹치니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기업부설연구소, 로봇 전문업체들이 심해 (인명)구조로봇 연구나 생산을 꺼려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중장기 관점을 갖고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정권이 교체돼도 재난 관련 R&D는 지속해야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서진호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이슈보고서에서 “국내 수중로봇 관련 R&D는 해양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늦게 출발했지만 다양한 선박 건조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초 및 핵심기술이 축적돼 있는 상황”이라며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대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바탕으로 앞장서는 자세와 정부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예컨대 일본의 최대 기계 제조업체인 미쓰비시 중공업은 붕괴된 건물에서 희생자를 찾고, 유독 가스를 탐지할 수 있는 로봇(모델명: MHI MARS-G)를 개발했다. 판매가는 약 2000만엔(한화 약 1억6000만원). 회사는 이 로봇을 소방, 경찰, 국방과 관련된 기관서 구매할 것으로 기대했다. 같은 시기 일본 총무성 소방청은 2~3년 내에 약 100대의 재난 구조 로봇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재난대응로봇 활용 개념도/이미지=산업부
재난대응로봇 활용 개념도/이미지=산업부

구조로봇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선 국제 공조체제를 갖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EU(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수중로봇 연구에 컨소시엄 등을 결성해 매우 다양한 형태의 ROV 및 자율무인잠수정(AUV) 등을 개발, 군사·산업·재난용 등에 활용하고 있다.

박상덕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실용화그룹 그룹장은 “해외선진국과 함께 연구하려면 서로 비슷한 수준의 연구비를 확보해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계도 있다. 다른 전문가는 “심해용 로봇의 경우 자칫 군사용으로 남용될 수 있어 국제협력연구를 이끌어내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전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기획실장은 “재난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독립된 형태의 정부연구소 조직을 새롭게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적·사회적 재난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발생 위험성도 점차 증가하고 피해규모가 대형화되는 추세이므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과학기술을 통한 재난·재해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 따라서 재난·재해에 효율적 대응을 위해선 국가차원의 최상위 R&D 조직을 둬 종합적·체계적인 기술개발 전략수립이 필요하다는 게 차 실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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