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럼] 국가기술자격, 목적은 ‘취득’이 아니라 ‘활용’ (2013. 10. 17)

최근 학사와 석사 졸업자 대부분의 이력서 자격란에 거의 공통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국가기술자격들이 있다.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이다. 워드프로세서 자격은 이들의 성장기에 본격적으로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취득이 유행했다고 한다.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은 일부 대학들이 졸업 요건에 포함하는 등 주로 이들이 대학시절 집중했던 자격증 가운데 하나다. 학원에서 단기 집중 교육으로 손쉽게 취득이 가능했던 이 자격증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졸업과 진학, 취업 가점 등을 위해 준비했지만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시대 88세대 청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대변한다.

국가기술자격은 능력 중심 사회에서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습득 정도를 평가, 인정해 근로자의 직무능력 수행의 수준과 분야를 증명하는 제도로 기업과 근로자의 원활한 인력 매치, 기업의 효율적 인력관리와 근로자의 체계적 경력개발 촉진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 기술자격은 18개 주무부처 관리로 8개 기관이 523개 종목을 시행하고 있으며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 수요에 따라 폐지, 신설, 통합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국가기술자격 취득 1차 관문인 필기시험 응시자 규모를 살펴보면 최고급과 상하위 등급 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08년과 2012년 고도의 전문지식과 실무경력을 갖춘 해당 기술 분야 최상위 국가기술자격 등급인 기술사는 각각 2만4866명과 2만4117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상위 현장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능분야 최상의 등급인 기능장 응시는 7254명에서 1만8079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우리사회가 점차 높은 기술과 숙련 기능 보유자를 우대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반대로 기술사와 기능장의 전단계로 이들의 역할을 뒷받침하고 산업계 허리 역할을 수행하는 기술분야 상위 등급인 기사와 해당 기술분야 기초지식과 숙련 기능을 보유한 하위 등급인 산업기사가 응시자는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미래 기술사와 기능장 등 고급 인력으로 성장해야할 인력 풀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같은 해 기사 응시자는 31만3654명에서 25만1731명으로, 산업기사 응시자는 29만2230명에서 19만8208명으로 급감했다.2008년 20만7741명에서 2012년 18만8468명으로 1만9273명이 감소한 전문대학 졸업생 숫자에 비하면 9만4022명이나 줄어든 산업기사 응시자의 감소 폭은 너무나 크다.

국가기술자격 소관부처들의 자격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종목의 신설ㆍ정비, 검정방법 개선 등에 참여와 유관부처 간 연계ㆍ협조 강화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고, 종목신설 및 종목정비 추진은 대부분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필요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국가기술자격 대부분이 공급자 중심으로 추진되어 현장 활용성이 낮고, 현장 활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시되는 상황이 바로 우리나라 국가기술자격의 현실이다.

정부는 국가기술자격 출제기준 개편과 일-교육, 훈련-자격이 연계된 과정이수형 자격제도 도입도 포함하는 등 스펙보다 실력과 능력이 존중받는 사회를 국정과제에 담고 있다. 국가기술자격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수요 중심으로 거듭나 취득과 동시에 해당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아 자연스럽게 취업과 연계되고, 이들이 우리나라 산업계의 허리와 머리로 커나갈 수 있는 건전한 선순환 구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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