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뉴스) (3부·1) 프리(pre) 노벨과학상을 노려라 [‘노벨상 13’ 프로젝트] (2013. 8. 21)

노벨과학상은 누구나 다 아는 과학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해마다 10월이면 다음해 노벨상 후보자에 대한 2500∼3000통의 추천 의뢰서가 보내지고 300∼400통의 추천서가 각각의 노벨상위원회에 접수된다.

노벨상 후보에 대한 정보는 심사 후 50년간 비밀에 부친다는 규정으로 그동안 추천서 가운데 공식적으로 확인된 우리나라 과학자는 아직 없다. 또한 노벨상에는 못 미치지만 이에 버금가는 시상제도도 있다.

매년 물리.화학.의학 등 6개 분야에 걸쳐 이스라엘 울프재단이 수여하는 ‘울프상’과 기초.임상 등 의학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미국 앨버트 앤드 메리재단이 제정한 ‘래스커상’이 대표적이다. 이런 시상제도는 노벨상에 가깝기 때문에 ‘전 단계 노벨과학상(PreNobel Prize)’으로 불린다. 노벨상은 논외로 치더라도 아쉽게도 이들 상을 받은 한국 과학자 역시 단 한 명도 없다.

과학계는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장기적으로 기초과학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전 단계 노벨과학상’을 노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 나아가 한국 사람이 노벨과학상 후보 추천권자에 포함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퍼 델싱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칼머공대 나노과학과 교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노벨상위원회가 수상자 후보를 공식 추천받는 추천인 풀은 세계적으로 2000명 정도로 한국이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연구에 대한 투자지원 못지않게 추천 절차를 고려한 사전 작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벨상 수상은 과학자의 연구 성과 못지않게 사전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프리 노벨상’수상자 30% 노벨상 영예

한국연구재단이 1901∼2011년 노벨과학상 수상 연구주제 및 추세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노벨상을 받기 5∼10년 전 관련 분야에서 권위 있는 다른 과학상을 받았다.

노벨과학상 수상에 앞서 징검다리 형태로 ‘프리(Pre) 노벨과학상’을 받았다는 것.

매년 물리.화학.의학 등 6개 분야에 걸쳐 시상하는 이스라엘 울프상과 기초.임상 등 의학 연구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미국의 래스커상이 대표적이다.

1978년 제정된 울프상 과학 분야 수상자 132명을 분석한 결과 30%인 39명은 평균 5년 후 노벨상을 받았다. 래스커상(1946년 제정)을 받은 287명 가운데 27.8%인 80명도 평균 5년 후 노벨상을 수상했다.

또한 톰슨.로이터사가 논문 인용 빈도 상위 0.1% 이내인 우수 논문 저술자에게 주는 ‘톰슨.로이터 인용상’ 수상자와 노벨재단 주최의 ‘노벨 심포지엄’에 참가하는 과학자들도 10년 이내에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로저 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경우 2001년, 2005년 노벨 심포지엄에 참가하고 2008년 톰슨.로이터 인용상을 받았다. 또 1999∼2011년 13회의 노벨상 가운데 9번은 노벨 심포지엄 참가자 중에서 나왔다.

이처럼 이들 상을 받거나 노벨 심포지엄에 참가한 과학자가 이후 노벨상을 받은 확률은 무려 90%에 달했다. 또 톰슨.로이터 인용상과 노벨 심포지엄에서 집중 조명된 연구 주제는 대부분 수년 뒤 노벨상 수상자를 내는 데 기여했다. 한편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연구의 권위자 필립 김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등 2명이 2010년 노벨 심포지엄에 참가한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차두원 정책기획실장은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는 노벨상 수상에 앞서 노벨상에 버금가는 다른 과학상을 수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전 단계 노벨과학상’ 수상이 궁극적 목표는 될 수 없겠지만 노벨상에 다가서기 위한 필수적 단계”라고 말했다. 

■’노벨상 징검다리’

‘울프상’과 ‘래스커상’은 물론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수학자총회에서 주는 ‘필즈상’도 이제는 노벨상 못지않은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노벨상에는 수학 분야가 없기 때문에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미국은 지금까지 15명, 일본은 3명을 배출했다. 한국도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와 프린스턴대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한국인 여성 수학자들이 유력한 필즈상 후보군이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정부가 19세기 저명한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을 기려 해마다 주는 ‘아벨상’이 노벨상과 필즈상에 필적할 세계적인 수학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밖에 이탈리아 국제발전재단이 1961년부터 자연과학 연구자에게 주고 있는 ‘발잔상’, 국제천문연맹(IAU)이 2000년부터 해마다 천문연구자에게 수여하는 ‘그루버 천문학상’도 수상자들에게는 큰 영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프랭클린 연구소에서 수여하는 ‘벤저민 프랭클린상'(Benjamin Franklin Medal) 수상자 가운데에서도 해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상금이 가장 많은 과학상에 속하는 ‘바우어 과학상'(Bower Award and Prize for Achievement in Science)은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다.

미국 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서는 해마다 9개 분야에서 30여개의 상을 수여하는데 물리, 화학, 생물, 의학 분야에서 수여하는 상을 받은 사람 가운데 몇몇은 노벨과학상 수상자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순수 및 응용물리 국제연맹(IUPAP)은 3년에 한 번씩 통계물리학에 볼츠만상을 준다.

최근에는 국제학회나 저명한 연구기관이 선정하는 상에서 최근 한국인 수상자가 종종 나오고 있다.

남좌민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화학회의 빅토라머상을, 류인균 서울대 의대 교수 역시 국내 처음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국제과학자상을 받았다.

■사회학적 전략도 필요

노벨과학상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수상자 선정에는 과학적 요소와 함께 사회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과학계는 강조한다.

이를 위해 연구성과를 홍보할 수 있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하며, 더 나아가 한국 사람이 노벨과학상 후보 추천권자에 포함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

차두원 정책기획실장은 “우리나라의 국력과 노벨과학상의 파급효과(지속적 국가성장 모멘텀 ) 등을 고려할 때 수상을 위한 전략 마련과 추진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노벨상 접근 네트워크 확대와 잠재적 우호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우리나라 과학기술 관련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 현지 과학기술 주재관을 확충하거나 노벨상 관련 업무 몰입도를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윤정남 팀장 김경수 정명진 임광복 이병철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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