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뉴스) [‘노벨상 13’ 프로젝트](2부·4) 과학 컨트롤 타워 부재 (2013. 8. 7)

미국과 일본은 노벨과학상 수상만 놓고 보면 단연 돋보이는 국가다. 미국은 최근 3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에 있어 절반이 넘는 118명을 배출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도 2000년대 들어 수상자 수로 세계 4위권 안에 드는 등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들 국가가 노벨과학상 수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일관된 과학정책이 밑받침됐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기초R&D 선진국 장기적 기초과학 정책 수립

미국의 경우 1945년 당시 매사추세츠대학교(MIT) 부총장이자 과학기술연구개발국(OSRD)의 총책임자였던 바네바 부시(Vannevar Bush)의 ‘과학: 그 끝없는 프런티어 (Science: the Endless Frontier)’라는 보고서를 기점으로 정부의 기초연구 지원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일본은 1860년대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부국강병을 위한 국가주도 과학기술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기초연구 및 신진연구자 지원 강화 등 과학기술정책을 추진해 2000년 이후 1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정책 수립 역사는 다소 늦은 편이다. 1962년 국내 첫 과학기술 종합계획인 ‘제1차 기술진흥 5개년 계획’이 수립됐지만 일부 과학 연구자들은 “과학입국 50년을 뛰어넘은 현재까지도 한국은 기초과학에 제대로 투자를 한 적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과학기술 정책 역사 50여 년이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초과학 정책의 방향성도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했다는 지적과 1962년 이후 5개년 단위로 진행되어온 과학정책 수립 방식이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기초 연구개발(R&D) 지원 방식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7일 현재 미래창조과학부가 올해부터 5년간 추진하는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도 지난 10차례의 5개년 과학기술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연구자들의 반응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초과학을 말하면서도 여전히 정책이나 평가제도는 단기적”이라며 “현 정부가 표면적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자리와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에 집중돼 있다 보니 과학기술 핵심인 기초과학도 얹혀사는 신세처럼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을 내놓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초과학을 육성하겠다 밝혔지만 과거의 계획에서도 반복됐던 구호”라며 “이상적인 계획 수립을 넘어 좀 더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실행이 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노벨상 수상도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과감한 기초과학 지원정책 펼쳐야

이와 관련, ‘과학기술 르네상스’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걸고 야심차게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론에 대해 기초과학 정책 컨트롤 타워로서 좀 더 과감하게 기초과학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래부는 올해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 및 ‘기초연구진흥종합계획’ 등 향후 5년간 기초연구 지원을 위한 정책 계획을 다수 발표했으며 연말까지 추가적으로 다양한 실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5년 이상을 내다보는 계획으로는 아직 우주개발 30년 계획과 농업생명공학육성 10년 계획뿐 물리, 화학, 생명공학 등 기초분야에 대한 장기 육성 계획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과학정책 연구기관 관계자 A씨는 “미래부가 출범한 지 150여일이 지난 가운데 기초과학 육성에 대해서는 단지 정부 R&D 투자규모 중 기초연구 투자 비중을 2017년까지 40%로 확대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며 “1년 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에서 한발도 진전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적인 기초과학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차두원 정책기획실장은 “노벨상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기초연구 추진 및 투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기초연구 장기비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 현재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산하 위원회인 ‘기초과학연구진흥협의회’의 기능을 확대 개편해 민관 중심의 컨트롤 타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기관의 참여도 절실

노벨과학상 수상에 한발 다가서기 위해 기초과학 분야의 육성에 정부 부처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 부족하다면 민간 기관의 참여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KISTEP이 2010년 조사 발표한 ‘노벨과학상 수상 현황 분석과 우리의 대응 방안’ 자료에 따르면 기초과학 선진국들의 경우 정부의 노력 외에 민간 연구기관의 활동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노벨상 수상자의 소속기관을 분석한 결과 우수 연구중심 대학이 57.1%를 차지했고 연구소의 경우 33.6%를 차지했다. 연구소 중 다수의 수상자를 배출한 곳은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회(Max-Planck Gesellschaft)와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미국의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 등으로 이 세 기관은 정부에서 독립된 비영리 연구기관 연합회이거나 민간연구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 실장은 “기초연구 분야에서 정부의 정책 제약에서 영향을 덜 받고 장기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공공 및 민간 연구기관들의 약진이 또 하나의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민간 기업들이 기초연구 분야에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 및 문화가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윤정남 팀장 김경수 정명진 임광복 이병철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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