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뉴스) [‘노벨상 13’ 프로젝트](2부·2) 기초과학 꾸준한 투자 아쉬워 (201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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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 때는 녹색기술에 투자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 원하는 분야에만 투자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성과 평가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기초과학을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 있지 않습니다.”
“연구자들이 인건비 문제로 인해 기초연구에만 몰입할 수 없습니다. 기초연구에 지원하는 과제들이 있지만 기초연구만 몇십년 할 수 없고 기초연구 과제를 한 다음에는 결국 응용연구 과제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입니다.”
최근 파이낸셜뉴스가 정부출연연구소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벨과학상에 대한 과학자들의 견해 관련 설문조사’에서 한국에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이유에 대한 과학자들의 답변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40년간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모방해 흡수하는 추격모방연구를 국가 연구개발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 왔다.

■정부, 기초과학 투자 소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민형 연구원은 24일 “우리 정부의 과학기술연구는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보다는 선진국의 원천기술을 도입, 응용 및 개발하는 연구가 주된 접근 방법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투자는 산업의 성장을 가져오긴 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1980년대 정부에서 4M/16M D램을 집중 육성한 후 1990년대에는 민간주도 64M/256M D램 개발로 이어졌고 2008년에는 45.1%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휴대폰도 1990년대 초반 정부주도 연구개발(R&D)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개발한 후 1990년대 중반 시장 확대 결과 2000년대 시장점유율 24.7%로 세계시장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조선산업도 1970년대 정부에서 선박연구소 설립 등으로 기반을 닦고 1980~1990년대 민간 R&D에 투자한 결과 2007년 36.1%로 세계시장 1위에 올랐다.

문제는 기초과학에 투자하지 않아 기초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노벨상 수상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과학기술 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을 내놓긴 했다.

정부는 1986년 과학기술처에서 제시한 ‘2000년대를 향한 과학기술발전 장기계획(1987~2000)’, 1999년 과학기술부의 ‘2025년을 향한 과학기술발전 장기비전’,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의 ‘2040년을 향한 대한민국의 꿈과 도전 과학기술 미래비전’ 등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투자패턴을 보더라도 기초과학의 투자가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통해 6T(정보기술·IT 강조),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과학기술 기본계획은 신성장동력(IT, 생명공학기술·BT 강조), 선진일류국가를 향한 이명박정부의 과학기술 기본계획은 융합기술, 기초·원천기술 기술 등 기초과학보다는 응용과학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차두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비전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사회 모습을 예측하고 관련 목표 및 비전 달성을 위한 기술 개발 전략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권교체에 따른 과학기술 행정부처의 변화 등에 따라 비전 간 연계와 실행체계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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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과학기술과 IT 산업을 통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일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2017년까지 과학기술 R&D에 지난 정부보다 24조원 많은 9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전략기술로 IT융합 신산업창출, 미래성장동력 확충, 깨끗하고 편리한 환경 조성, 건강장수시대 구현, 걱정 없는 안전사회 구축 등 5대 분야 120개 기술을 발굴해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해 정부 R&D 중 기초연구 비중을 현재의 35.2%에서 2017년 40%로 확대하고, SCI(과학논문색인) 피인용 상위 1% 논문 수를 세계 1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기초과학연구, ‘기반기술’이 핵심

문제는 기초과학연구를 뒷받침해 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실한 인프라를 가지고 원천기술을 창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최근 첨단 과학연구는 연구시설 및 장비의 우수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연구시설 및 연구장비의 차별적 우수성이 새로운 발견 및 개발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총칭하는 ‘기반기술’은 시설, 장비, 지식 네트워크 등 연구 인프라를 통해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정부 인프라 정책을 통해 최첨단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연구거점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유지 및 선도하기 위해 기초연구의 중요성 및 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기초 연구기관인 NSF와 NIH에서는 인프라 및 기반기술 확보를 위해 별도의 센터를 설립하고 필요한 인프라 및 기반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개발한 기술에 대한 보급에 힘쓰고 있다.

유럽은 유럽단일연구지역(ERA)의 비전을 바탕으로 거대시설 및 장비 건설과 개량에서부터 시스템 및 연구자 간 네트워크 형성 등에 이르는 연구 인프라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된 기반기술로 다학제적 협력과 기술 융합 등 새로운 기술환경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경우 미래 생명과학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생명과학의 발전을 지원하고 자극해 주는 기반기술의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이 기반기술의 확보가 일본의 미래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기반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생명과학 분야의 경우 핵심 기반기술 수준이 선진국 평균의 65%밖에 되지 않는다.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는 데 평균 6.6년이 소요될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원은 “최근까지 노벨상의 85%가 분석장비 및 기반기술 고도화와 관련돼 있다”며 “분석장비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 일본, 독일 등 과학선진국이 세계 과학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 윤정남 팀장 김경수 정명진 임광복 이병철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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