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뉴스) [제4의 물결,창조경제 혁명] (4) 창조경제 결국은 사람이다 (2013.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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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과 관련된 오랜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국가와 경제가 21세기의 성공을 이끌 것이다. 출생지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이민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철학인 ‘창조경제’를 이끌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장관에 내정됐다가 이중국적 논란 등으로 사임한 김종훈 전 벨연구소 사장이 최근 미 유력 일간지의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그는 한국 정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장관직을 수락한 자신을 돌아보며 “순진했다”고 털어놨다. 또 “(한국의) 정치, 관료, 재계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내 국적을 문제 삼아 반대했다”고도 했다.

이민 1.5세대로 미국에서 자신의 딸 이름을 딴 정보기술(IT) 회사를 창업해 6년 만에 10억달러에 매각하고 세계 최대 민간연구소인 알카텔루슨트의 벨연구소 사장에 오르며 세계적인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 된 그가 모국을 위해 헌신하려던 꿈을 펴보지도 못하고 좌절한 아쉬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박근혜 대통령도 김 후보자의 사퇴 직후 대국민담화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과 창조경제를 위해 삼고초려해 모셔온 분인데 우리 정치의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사의를 표해 정말 안타깝다”며 강하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인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의 뿌리는 결국 사람이다.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라는 용어를 정립한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도 창조경제를 “창조적 인간, 창조적 산업, 창조적 도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체제”로 정의했다. 새 정부가 창조경제의 벤치마킹 모델로 뽑는 이스라엘은 형식과 구태를 탈피한 철저한 혁신 위주의 민족성이 모체가 됐다.

그러나 아직 한국 사회는 창조경제를 실현할 밑거름인 ‘창조형 인간’ 육성부터 걸음마 수준이다. 개인의 창의적 능력 발굴보다 학벌과 학연이 더 중요한 사회시스템의 버팀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존 정부 주도의 융합형 인재 양성 정책도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보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차두원 정책기획실장은 “우리나라는 인력을 성급하게 육성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은 정보기술(IT)과 인문학 융합 인재를 걸러내는 데 20년 이상 걸린다”며 “우리도 초등학교 때부터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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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의 시작은 창조형 인재에서부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기틀을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이 번역한 ‘창업국가’는 이스라엘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의 창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후츠파(CHUTZPAH)’라는 독특한 민족성을 꼽았다. 후츠파는 ‘뻔뻔하고 당돌하다’라는 뜻의 유대어이지만 실제로는 형식 타파, 권위에 대한 질문, 어울림, 위험 감수, 목표 지향, 끈질김, 실패 학습 등 이스라엘의 국민성을 일곱 가지로 함축한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윤 차관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강의에서 “‘실례한다(Excuse me)’라는 표현이 없을 정도로 유대인들의 뻔뻔함과 당돌함이 수많은 이스라엘 젊은이에게, 고소득이며 안정적 직업인 의사·변호사보다 창업을 권장하고 창업가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었다”며 “우수한 두뇌, 근면성, 자원 빈국, 좁은 땅덩이, 주변으로부터의 위협, 미국과의 관계 설정 등 이스라엘과 우리는 여러 부분에서 닮은꼴이 많은 점에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부터 ‘창조형 유전자(DNA)’로 거듭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 의지로 뭉친 기업가정신도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인재상으로 뽑히고 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창조경제의 성패는 ‘기업가정신’의 진흥 여부에 달려 있다”며 “기업가정신이야말로 한국이나 이스라엘처럼 부존자원의 빈곤에 의해 설정된 성장한계를 뛰어 넘어 개인과 국민경제의 생산가능영역을 확장시키는 요인이며 진정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창조형 리더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MP3 신화’로 유명한 아이리버의 박일환 대표는 “혁신 기업의 핵심은 결국 리더다. 조직 구성원과 시스템이 혁신성을 갖추더라도 이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리더의 창의성과 결단력의 문제로 귀결된다. 스티브 잡스 사후 혁신기업의 이미지가 추락한 애플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경제도 리더부터 창의적 인간형으로 변해야 창조경제 실현이 더욱 쉽지 않겠느냐”며 “윗물은 고여 있는데 아랫물이 맑을 수는 없는 이치”라고 덧붙였다.

■’창조적 파괴’에서 창조인재 나온다

그렇다면 창조경제 국가의 주역이 될 창의적 인재 육성은 어떤 방향에서 접근해야 할까.

우선 정부 차원의 면밀한 실태 파악과 실질적 지원이 선결과제로 떠올랐다. 이경남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부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 소프트웨어(SW) 관련 전공자의 공급 규모 감소 현상에 대한 인력 양성 측면에서의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SW 인력들의 실질적인 근로환경개선 노력이나 업무 강도 대비 적정한 임금과 처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이에 대한 정보를 노동시장에 신속하게 피드백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계영 KISDI 미래융합연구실장은 “유능한 창의적 인적자원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민간 기업이 교육하는 방식을 대폭 확대하고 창업특화대학이나 창업학과를 활성화해 ‘강의실=기업현장’인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 같은 고질적 병폐를 없애려면 ‘창조적 파괴’도 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최 실장은 “입시 위주, 스펙 위주 교육을 지양하기 위해 현재 문·이과 구분을 폐지하는 방향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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