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뉴스) [제4의 물결,창조경제 혁명] (3) 기업 생태계 조성이 우선 (2013-3-27)

한국과 이스라엘 모두 양질의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공학이나 과학보다는 경영이나 법학을 공부하길 원한다. 여기서 (정부의)리더십 문제가 대두된다. 젊은이들로 하여금 공학이나 과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어떻게 이끌 것인가. 고등학교 전단계부터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챙겨야 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고등학교 이전에 (학생들이)공학이나 과학 공부에 주력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자신과 나라를 위해 크게 이바지하려면 이공계를 선택하라고 장려하는 것이다. 단순히 장려뿐 아니라 목표 의식을 심어주는 동시에 이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돕는다. 그리고 많은 엔지니어들의 성공사례를 보여주면 그것이 바로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정부가)초기 신생기업을 도와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성공한 엔젤펀드의 하나로 꼽히는 이스라엘 요즈마펀드 창업자이자 회장을 맡고 있는 이갈 에를리히 회장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우리나라 의원들에게 전수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핵심 내용 중 하나이다.

이갈 에를리히 회장의 말을 종합해보면 올바른 산업·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일하는 사람의 의지 고취, 비전 제시,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사회 구조 형성, 여기에 국가 및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도움과 최소한의 간섭 등이 모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 화두로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돕는 원활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해답 찾기 노력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재, 기업가 정신’이 생태계 기초

카이스트(KAIST) 이민화 교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최로 최근 열린 ‘창조경제포럼’에서 “창조경제를 통해 성공국가가 되기 위해선 혁신시장, 공정거래도 필요하지만 창조인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복적인 일보다는 새로운 일을 잘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정답 중심’에서 ‘문제 중심’으로 사람을 키워가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을 통해 연구개발(R&D)과 교육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획일화된 교육시스템과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주역이 될 기업들 입장에선 우수 인재 유치를 기업활동의 전부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대학 등에서 배출된 인원을 채용해 우수 인재로 만들기까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비해 임금, 복지 수준이 낮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 입장에선 키워놓은 인재의 유출을 막는 것도 상당한 골칫거리이다.

창업을 하고 싶고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 함양도 반드시 필요한 산업 생태계 구성 요소로 지목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창조경제 핵심의 축”이라며 “이를 고취시키기 위해 연대보증 제도를 개선해 효과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편중된 국가 R&D 자금, 개선 시급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 사다리인 R&D 지원이 여전히 정부 연구기관이나 대기업에 편중되거나 일부 중소기업이 중복 혜택을 받는 등 고질적 문제 해결도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해결과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이 입수한 ‘지난 2007~2011년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R&D 사업비는 14조8528억원으로 이 중 1조3861억원이 대기업에 투자됐다. 또 2007~2011년 국가 R&D 사업비 총액 61조5181억원 중 대기업 투자 비용은 5조4294억원(8.9%)으로 이 비용 중 30.2%가 한국항공우주산업, 삼성, 한화 등 3대 기업에 집중됐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에 투자한 비중은 2007년 1조148억원(10.6%)에서 2011년 1조8469억원(12.4%)으로 832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민주통합당 전순옥 의원에 따르면 구 지식경제부 산하 전략기획단의 2011~2012년 8개 과제 중 7개의 주관사가 대기업 계열사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기홍 의원실 관계자는 “기업 간 R&D 편중 현상을 줄이기 위해선 산업인프라 구축과 산업 간 네트워크 확충이 시급하다”면서 “이 같은 여건이 선행되지 않고 R&D 예산만 늘려봐야 또 대기업에 지원돼 이들 기업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R&D 연구성과가 실제 상업화 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 중간단계 연구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 교육과학팀 이원근 박사는 “지금 R&D는 기술이전 단계에서 그쳐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는 비중이 극히 낮다”면서 “기업 또는 부처에서 산업화로 연결할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또 “기술이전을 기업 등으로 연계시키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처에서 담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개발 수행주체가 다원화돼 있는 만큼 별도의 R&D 종합조정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산하 과학기술정책실(OSTP3)에서 정부 각 부처의 R&D 관련 정책조율 기능을 하고 있고 일본은 지난 2001년 문부성과 과기청을 통합, 문부과학성을 만들면서 범부처적 과학기술 정책.예산 조정기구로 총리실 산하에 장관급 상설기구인 종합과학기술회의(CSTP4)를 설치한 바 있다.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정부도 R&D 심사조정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둬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정책 ‘업그레이드’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획기적 전환도 건전한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계층간 소득분배가 얼마나 공평하게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지니계수가 2006년 이후 0.3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불평등’ 상위에 오른 것이나 국민의 낮은 삶의 질(OECD 국민행복지수 32위), 그리고 중산층 붕괴 등 상당수 현상이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심화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수 중에서 소상공인, 소기업, 중기업 등 소위 중소기업이 99.9%를 차지하고 이들이 고용하는 인원도 전체 종사자의 87.9%라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와 ‘고용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더욱 현실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이 절실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김기찬 교수는 “지난 10년간 중소기업이 성장동력이 안된 가장 아쉬운 정책이 바로 ‘중소기업 글로벌화 정책’이었다”며 “신기술과 신제품이 없는 해외 전시회는 성과를 기대하기 곤란하다. 과거에는 갑(대기업)이 아이디어를 가로채서 문제가 됐다면 앞으로는 신제품, 신기술을 만들어내는 을의 아이디어가 존중받는 시대가 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중심의 R&D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ISTEP 차두원 정책기획실장은 “중견기업으로 ‘성장의 턱’을 넘지 못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성장단계를 고려해 중소기업청과 타 부처 사업 간 연계지원도 필요하다”며 “중소벤처 M&A 지원센터 추가 지정 및 기능 확대, M&A 전문 펀드에 대한 모태펀드 출자 확대 등도 중소·중견기업 육성 체계 정비의 하나로 감안해야 할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bada@fnnews.com 김승호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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