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인수위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과학기술을 국정운영 중심에 두고 과연 어떤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대선 직후, 새 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주요 과학기술 정책의 우선순위를 묻는 설문을 실시했다. 17개 과학기술 정책이슈에 대해 향후 5년간 추진의 시급성과 추진 시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묻는 설문 결과, 과학기술계 종사자 171명은 `과학기술 기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추진 정책으로 꼽았다. 과학기술자들 스스로 높은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매우 고무적인 사실을 알 수 있다.
새 정부는 공약집에서 일자리 `늘(늘리고)ㆍ지(지키고)ㆍ오(올리는)’ 정책 추진을 명시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 유지를 의미한다.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창조경제를 실현함으로써 특히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마트 뉴딜’ 정책을 제안했다. IT를 국가 일자리 창출의 중심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이야기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비즈니스스쿨은 페이스북을 플랫폼으로 해 운영되는 앱 생태계를 일컫는 `페이스북 앱 경제(Facebook App Economy)’가 2011년 미국 내에서 보수적으로는 정규직 개발자 일자리 18만2744개와 121억9000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공격적으로는 23만5644개의 일자리와 157억1000달러 수준의 효과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활성화는 앱스토어, 오픈마켓, 무선데이터 활성화를 통해 최근 3년간 2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을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IT를 활용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시도는 IMF 외환위기 때도 있었다. 당시 정부는 높은 실업률 해소를 위해 청년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IT학원의 단기교육과정을 지원하고 프로그래머 등 IT 인력양성을 지원했다. 이러한 지원은 우리나라의 IMF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했고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6개월을 공부한 프로그래머 직군은 곧 전문성의 한계에 부딪혔고 인력 공급과잉에 따른 낮은 임금,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갑을 종속구조로 결국 우리나라 프로그래머 인력시스템 붕괴를 가져왔다. 이후 프로그래머는 대표적 기피업종인 3D 업종으로 자리잡았고, 서울대ㆍKAISTㆍ포스텍ㆍ고려대 등 주요 4개 대학 소프트웨어 관련학과 졸업생은 2007년 297명에서 2010년 159명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IT업계에서 쓸만한 고급 프로그래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운 실정이다. 오죽하면 `개발자의 비애’라는 웹툰들이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을까.
페이스북과 애플의 아이폰을 필두로 보급된 스마트폰의 핵심에는 창의성과 기술생태계가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창의성은 알려지지 않은 과학적 진실을 발견하고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창의성과는 성격이 다르다. 새로운 발명과 발견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 등을 활용 조합하고 융합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 최근 받아들여지고 있는 창의성이다. 이러한 기술과 서비스의 중심에는 기술생태계와 창의적 인력이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창출해야 할 일자리는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창의적 제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창의산업을 연구개발하고 상용화를 담당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의적 인력들이 그들의 창의성을 발현하고 양질의 일자리 유지를 위해서는 기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인력을 양성하고 관련기술을 제공해도 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만한 기업환경이 제공되지 않으면 정부의 투자는 무위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과학기술 기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나라만의 핵심 과학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 지원이 필요하고 때론 성과창출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는 과학기술 자체의 발전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