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원 KISTEP 실장
스마트폰 등의 부상으로 사용자 경험(UX)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국내 UX 기술수준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떨어져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UX는 사용자가 제품과 시스템, 서비스 등을 경험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총체적 경험을 말한다.
22일 UX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서 창의적이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UX 개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차두원 정책기획실장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사용자 경험: 인간 중심 IT 정책 추진을 위한 제언)에서 “애플은 아이폰의 단순한 기능과 디자인, 멀티터치 기반 UX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가 아이튠즈와 맞물려 구성된 애플 생태계의 간편한 접속과 검색을 통한 다양한 콘텐츠 접근성 등 새로운 UX를 핵심 경쟁력으로 만들어 UX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애플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제기한 스마트폰 특허 침해소송의 쟁점은 UX 분야로, 애플은 슬라이드 잠금해제 기능 등 터치스크린 관련 특허와 제품외관 및 아이콘 디자인 관련 특허 침해를 제기했다. 삼성도 애플이 사용자 중심의 홈스크린 공간 활용 등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하는 등 스마트폰 업계의 UX 관련 경쟁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UX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기업 경쟁력의 요체로 부상하고 있지만, 국내의 전체적인 UX 수준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UX 관련 차세대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HCI) 기술 수준은 2010년을 기준으로 미국과 4.2년의 기술격차를 보여 상위기술인 전자ㆍ정보ㆍ통신분야의 기술격차인 3.0년에 비해 기술수준이 낙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기술별로는 미국에 비해 감성기반 인터랙션 기술은 4.2년, 혼합현실 정합 및 인터랙션 기술은 3.5년, 혼합현실 영상렌더링 및 시뮬레이션 기술은 3.6년, 음성언어정보처리기술은 5.7년의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UX 수준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인 전문인력 양성방안 마련, UX 관련 특허기업 인수, 분산된 정부 정책의 체계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UX 전문기업인 엑스프라임 신명용 대표는 “디자인과 공학, 인문학, 마케팅 경험과 지식이 섞여야 제대로 된 UX가 나올 수 있는데 현재는 이처럼 다방면의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두원 정책기획실장도 “UX 개발을 위해서는 인간공학, 시각디자인,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가진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현재는 이같은 인력에 대한 공급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우선 전문가 풀을 만들어 이같은 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두원 실장은 또 “한국이 UX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할 때 이미 선진국들은 관련 특허 풀을 만들어놨다”며 “기술특허를 가진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특허문제를 피해가기 위한 한가지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또 정부 관련부처 정책의 일부로 산재돼 있는 UX 관련 기술 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부처간 정책 협력체 구성, 합동계획 수립과 같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강동식기자 ds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