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기고]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내려면 (2011-10-21)

매년 노벨재단의 노벨상 수상자 발표 직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는 기업이 있다. 세계적 정보서비스 기업인 톰슨로이터로 화학, 물리학, 생리의학, 경제학 분야 논문의 피인용도, 영향력, 저자의 명성 등을 분석해 유력 노벨상 수상자 후보들을 발표한다.

톰슨로이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 후보 예측은 1989년 시작돼 현재까지 3개 노벨 과학상 분야에 총 135명의 수상자 후보들을 발굴했다. 노벨상 수상 시기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해까지 23년간 노벨상 수상자 35명을 적중해 25.5%의 예측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쥘 호프만과 브루스 보이틀러는 2008년, 랠프 스타인먼은 2010년, 물리학상 수상자인 솔 펄머터, 브라이언 슈밋, 애덤 리스는 2010년 수상자 후보로 발표한 과학자들이다.

톰슨로이터의 노벨상 수상자 후보 예측 발표 외에 우리가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노벨 과학상 수상자 예측 방법이 있다. 전 단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울프상(Wolf Prize)과 라스커 의학연구상(Lasker Medical Research Award) 수상자를 살펴보는 방법이다. 울프상은 1978년부터 매년 이스라엘의 울프재단이 인류의 이익과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한 과학자 및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물리학과 화학상은 노벨상 다음으로 명성이 높다. 현재까지 화학, 물리학, 의학 분야 수상자 132명 가운데 29.5%인 39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라스커 의학연구상은 1945년부터 미국의 앨버트 앤드 메리 라스커 재단에서 매년 기초의학, 임상의학, 특별업적상 등 3개 분야에 수여하며, 미국의 노벨상으로 명성이 높다. 기초의학 분야 수상자 144명 가운데 무려 48.6%인 70명이 노벨 과학상을 수상했다.

울프상과 라스커 의학연구상 수상자 분석을 통한 노벨 과학상 수상자 예측 정확도는 톰슨로이터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필자는 논문의 질적 수준ㆍ데이터 등을 활용한 톰슨로이터와 울프상, 라스커상 과거 수상자 데이터 기반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 예측 정확도의 우위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톰슨로이터가 예측한 노벨상 수상자 후보들의 공통점이 과거 30여 년간 논문 피인용도가 상위 0.1% 수준이며, 울프상과 라스커 의학연구상 수상자들의 공통점은 인류의 공통 관심사와 삶의 질 관련 기초연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과학자라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이처럼 질적 수준이 높은 기초연구 업적을 일궈내는 과학자를 키워야 노벨 과학상 수상이 가능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노벨 과학상이 국가 과학기술정책 추진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노벨상 수상을 위해 동분서주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노벨 과학상의 국가, 경제, 사회, 문화적 파급 효과를 감안할 때 한 나라의 기초과학 수준과 역량, 국격을 가늠하는 커다란 척도와 영광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미 그동안 많은 기초과학연구 진흥 대책이 제시되어 왔고 추진 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기적 안목과 안정성이다. 정권교체 시기마다 R&D 포트폴리오와 관련 계획 수정, 신규 계획의 조급한 수립, 정부출연 연구조직의 개편 등이 거론되는 환경에서 세계적 성과 창출은 무리다. 창의성을 발현하여 미개척 분야를 발굴하고 10년이고 20년이고 묵묵히 기다리며 지원할 수 있는 R&D지원 체제의 정착이 필요하다. 어쩌면 매우 단순하게 느껴지는 이 원칙이 지켜질 때 머지않아 우리나라 과학자가 톰슨로이터의 예측 후보로, 울프상과 라스커상뿐 아니라 실제 노벨 과학상 수상자로 스웨덴 과학한림원에서 호명될 것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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